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포인트가드 차바위가 24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어설픈 소지섭? 아니면 억울한 소지섭이요.”
탤런트 소지섭을 닮았다고 하자 “그런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어설프게 닮았다”며 웃는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슈터 차바위(30). “이름이 멋지다”고 하자 “어렸을 땐 놀림을 많이 받아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좋다. 차씨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차바위는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2018~2019 프로농구에서 소속팀 전자랜드를 2위로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그의 주특기는 호쾌한 3점슛. 그러나 그의 숨겨진 주임무는 상대팀 에이스에 대한 전담 마크다. 그의 수비 실력은 현역 시절 ‘수비의 달인’으로 불린 유도훈 감독을 만나면서 급성장했다. 지난 26일 선두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경기 내내 수비에 공헌하다가 연장 막판 넘어지면서 던진 쐐기 3점슛으로 팀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차바위는 어릴 적 운동을 좋아했다. 서울 신촌 창서초등학교에서 잠시 축구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서울 광성중학교 때까지 그저그런 아이였다. “공부도 안 하고 동네에서 ‘사고’만 치니까 어머니가 운동을 권유하셨죠.” 중2 겨울방학 때였다. “어머니가 집에서 다닐 만한 거리에 있는 학교 운동부 리스트를 쫙 뽑아오셨어요. 그 중에서 양정중학교 농구부를 택했죠. 농구가 확 땡기더라구요.” 그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평소 농구 마니아였던 어머니도 내심 좋아하셨죠.”
농구를 시작하면서 키 작고 뚱뚱하던 그의 체형도 바뀌었다. 키 166㎝ 78㎏이던 그는 양정고를 거쳐 2008년 한양대에 입학할 때 키 190㎝이었고, 대학 1학년 때 2㎝가 더 자랐다. 대학농구리그가 출범한 2010년 팀의 에이스였던 그는 초대 득점왕에 올랐다. “당시 한양대가 연·고대를 모두 꺾은 적도 있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그에게 큰 불행이 닥쳤다. 어머니가 자신의 경기를 보러 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어머니의 나이 불과 48살이었다. “너무나 큰 슬픔에 한동안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내가 방황하는 모습은 어머니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2012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프로에서 뛰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리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프로에 입단할 때 그의 몸무게는 97㎏였다. 유도훈 감독은 그에게 특수 주문제작한 6㎏짜리 납조끼를 건넸다. 차바위는 “6㎏짜리 아이를 등에 업고 운동한다고 상상하면 실감날 것”이라고 했다. 운동이 너무 힘들어 몇 번이고 그만 두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를 다잡아 준 것은 어머니였다. 두 시즌 동안 이어진 납조끼 훈련 덕분에 몸무게는 12㎏이나 빠졌다. “몸이 가벼워져 사이드 스탭이 빨라지니 수비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의 롤모델도 현역 시절 수비 잘했던 대학 선배 추승균 전 케이씨씨(KCC) 감독과 전자랜드 시절 1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강혁(은퇴)이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포인트가드 차바위가 24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4~2015시즌엔 6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지만 호화 멤버의 3위 서울 에스케이(SK)를 3전 전승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리카르도 포웰 등 동료들과 라커룸에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차바위는 비시즌 때 햄스트링 부상으로 국가대표 발탁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또 한달간 운동을 못해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자신감이 떨어져서 감독님께 야단도 많이 맞았다”고 했다.
차바위는 상무에 다녀온 시즌을 빼고 프로에서 어느덧 6시즌째 뛰고 있지만 번번이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연봉 2억5000만원인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 선수가 된다. 그에게 새해 목표를 물었다. “무조건 챔피언결정전에 가는 것이죠. 그리고 무조건 우승하는 것입니다.” 그의 의지가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다. 인천/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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