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케이디비(KDB)생명을 인수해 2018~2019 여자프로농구에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한 오케이(OK)저축은행 선수들의 경기 모습. 오케이저축은행 제공.
여자프로농구 오케이(OK)저축은행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앞두고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해 3월, 시즌이 끝난 뒤 케이디비(KDB)생명이 전격 해체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병완 총재는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취임식도 거른 채 새 팀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2018~2019시즌 개막 직전까지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칫 연맹이 운영하는 ‘위탁관리팀’이라는 어색한 팀 이름으로 시즌을 치러야 할 판이었다.
위기의 순간 오케이저축은행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비록 한 시즌 네이밍 스폰서 참여였지만 연맹으로선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오케이저축은행 읏샷’이라는 어엿한 이름의 팀이 탄생한 것이다.
신임 정상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오케이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13승22패로 6개 팀 중 4위에 올랐다. 선수 보강은 커녕 에이스 이경은마저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상황에서 지난 시즌 4승31패의 꼴찌팀 케이디비생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구단은 전폭적인 성원을 보냈다. 스포츠단 임직원들이 매 경기 선수들을 격려방문했고, 선수단에게는 승리 인센티브를 지급해 사기를 높였다. 관중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새 홈구장 서수원 칠보체육관에 임직원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농구를 즐길 수 있도록 독려했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근 편의시설 이용권이나 과자, 음료 등의 ‘작은 선물’도 제공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농구단의 새 출발을 기념하고, 선전을 기원하며 특판 상품인 ‘오케이 읏샷 정기예금’을 출시해 1000억원어치(총 3960좌)를 완판했고, 12월 초에 추가 특판을 진행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에도 여자프로농구 홈경기 때 ‘중도해지 오케이정기예금’ 신청자에게 금리 우대혜택을 주는 ‘읏샷 데이’를 6개월간 진행해 ‘오케이저축은행 읏샷 여자프로농구단’을 알리고, 더 많은 관중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여자프로농구단 후원을 계기로 수원시와 인연을 맺어 수원지역아동센터 어린이 400여명에게 학용품과 문구류, 생필품 등이 담긴 ‘사랑의 키트’를 기부했다. 여자농구연맹은 오케이저축은행의 이런 공로를 인정해 지난 11일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여하며 감사를 표했다.
오케이(OK)저축은행 정길호 대표(오른쪽 둘째)가 여자농구단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이병완 총재(왼쪽 둘째)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케이저축은행 제공
오케이저축은행은 과거에도 해체 위기에 놓였던 프로배구 남자부 드림식스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은 적이 있다. 오케이저축은행, 오케이캐피탈, 러시앤캐시 등을 계열사로 둔 아프로서비스그룹 최윤 회장의 남다른 스포츠 사랑 덕분이다. 오케이저축은행은 여자농구연맹이 완전한 인수 기업을 찾지 못할 경우 네이밍 스폰서를 한 시즌 더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다행히 부산은행의 모기업인 비엔케이(BNK) 금융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히고 곧 창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의 여자농구를 구원한 오케이저축은행이 소임을 마치고 아름답게 퇴장하고 있다.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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