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해도 너무 하네요.”
2004년 창단된 실업 아이스하키 하이원의 해체 가능성이 알려지자 현장의 아이스하키인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들어 국군체육부대 상무가 아이스하키 선수를 충원하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15년 역사의 실업팀이 해체될지 모른다는 소식이 또 다른 충격을 준 것이다.
한 아이스하키인은 25일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선전했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의 대표적인 유산이었는데, 최근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이스하키를 대하는 것을 보면 너무 빨리 인심이 달라진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하이원 팀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뒤 어려운 시절에 올림픽 비인기종목 육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졌고, 상무 아이스하키팀도 평창올림픽을 위해 2012년 구성됐다. 하이원에 이은 상무팀의 출현으로 국내 실업팀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대학 선수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이원은 이 기간 400억원 이상을 선수단 운영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원 쪽 관계자는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팀 존폐 여부에 대한 연구 용역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용역 결과는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3월 말로 계약이 끝난 하이원의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공중에 붕 뜬 상태다. 다른 팀으로 옮긴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장을 잃을 위기다. 이런 까닭에 “공공기관인 강원랜드가 팀 해체든 존속이든 논의 과정을 공개하고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만들 때, 정부가 나서 “상무팀을 존속시키겠다”는 약속을 한 뒤 ‘꿩 구워 먹은’ 소식이 되면서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더 커졌다.
지금은 엘리트 스포츠 토대의 구조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기업의 경영상황이나 사회공헌의 효율성 판단 여부에 따라 팀을 해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다른 민간기업과 비교하면, 공공기관의 합리화 주장이 무책임해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