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핸드볼은 핸드볼 사상 최초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중 가장 빛났던 여자핸드볼은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동메달) 이후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대표팀을 이끌어온 주전 선수들도 대부분 30대가 돼 도쿄올림픽을 앞둔 여자핸드볼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골키퍼 박새영(26·경남개발공사)은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박새영은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2년 연속 세이브 1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에도 12일 현재 167개를 막아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7일 2019~2020시즌 에스케이(SK)핸드볼코리아리그 청주대회를 앞두고 청주 일신여고에서 훈련중인 박새영을 만났다. 박새영은 “운동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꿈이었다”며 “지난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의 부진을 기회로 삼아 더 잘하고 싶고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박새영은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이지만 그동안 대표팀 주전이었던 주희(서울시청)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유일한 대안이다. 핸드볼은 어느 종목보다 골키퍼의 역할이 크다.
강재원 대표팀 감독은 2019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공격에서는 매경기 30골 안팎으로 넣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수비는 더 보완해야 한다”며 “부상 등의 이유로 이번 대회에 빠진 선수들이 합류하면 올림픽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비의 핵심인 골키퍼 박새영은 국제무대의 경험은 많지 않다. 20살부터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최종엔트리에는 번번이 빠졌고, 출전하더라도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 백업으로 처음 합류한 그는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유럽팀들을 상대로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지만 ‘쓴맛’을 봤다. 국내무대에서 40%에 육박하는 방어율이 유럽 팀을 상대로는 뚝 떨어졌다.
박새영은 “유럽 선수들은 슛을 던지는 타이밍과 스냅 등이 국내선수들과 달랐다”며 “아시아권만 해도 신장도 비슷하고 노련미는 외려 국내선수보다 떨어져 어렵지 않았지만 유럽선수들의 슛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많이 보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여자핸드볼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12개국 중 8개국 정도가 유럽 팀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유럽세 극복’은 필수 과제다.
대한핸드볼협회 역시 방어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박새영의 유럽전지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강재원 감독이 핸드볼코리아리그가 끝나는 대로 박새영을 유럽전지훈련에 보내달라고 요청해왔다”며 “유럽의 클럽팀의 경우 올림픽과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운학 경남개발공사 감독은 박새영의 장점이 담대함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신장이 좋다. 흔들림이 없고 담대하며 속공을 잘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박새영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자가 진단하기도 했다.
골키퍼는 최종방어선이지만 속공 등을 이루는 반격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박새영은 “때로 과장된 세리머니는 골을 못넣은 상대의 기를 죽이고 팀 분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다”며 좀더 과감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김운학 감독님도 전체를 보고 수비에 많은 지시를 하라고 하신다”며 필드선수들과 더 많이 소통도 다짐했다.
청주/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사진 대한핸드볼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