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44·은퇴) 이후 끊긴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의 맥을 잇는다.’
권순우(22·CJ 후원·당진시청)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남자단식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다. 한국은 이형택이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남자단식에는 선수를 내보내지 못했다. ‘간판’ 정현(23·제네시스 후원·한국체대)은 오른손바닥 건염으로 세계 랭킹이 144위까지 밀렸고,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참가도 불발돼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현재 프로테니스협회(ATP) 투어 멕시코오픈(2월25~30일)에 출전 중인 권순우는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올림픽에 나간 지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올림픽 출전하게 된다면 대단히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순우 역시 올림픽 진출 안정권은 아니다. 그는 랭킹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데이비스컵에 불참하고 미국·멕시코 등에서 열리는 에이티피 투어 북미 시리즈를 소화하고 있다. 매니지먼트사 ‘스포티즌’은 “3월까지 포인트를 쌓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테니스 단식에는 남녀 각각 64명이 출전하는데, 랭킹에 따른 56명과 와일드카드 8명으로 구성된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남자)과 페드컵(여자)에 3회 이상 출전해야 하며, 나라별로 최대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권순우는 데이비스컵 3회 이상 출전 조건은 갖췄다. 대한테니스협회는 대략 세계 80위권까지는 티켓을 딸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우는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초 230위권에서 연말에는 88위까지 끌어올렸고 올해 들어 3주 연속 투어 대회 8강에 오르며 세계 76위까지 도약했다. 뉴욕오픈(2월11~17일)에서 세계 32위 밀로시 라오니치(캐나다)를 2-1로 꺾었고, 지난 18일 밀레이비치오픈 1회전에서는 세계 42위 아드리안 만나리노(프랑스)를 제쳤다.
26일 멕시코오픈에서도 일본의 대니얼 타로(110위)를 누르고 1회전을 통과해 16강에서 두산 라요비치(24위·세르비아)와 겨룬다. 권순우는 지금까지 투어 대회 4강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는 “초반이지만 올해 시즌을 마쳤을 때도 70위권이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4강은 곧 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열심히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권 선수의 경우 공의 스피드 면에서 서구 선수들에 밀린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는 게 중요한 테니스에서 불리한 요소다. 권순우는 “서구 선수들의 체격조건이 좋지만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31위) 같은 선수들은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권 선수들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일본은 남자단식에서 니시코리를 비롯해 니시오카 요시히로(48위), 스기타 유이치(81위), 우치야마 야스타카(99위) 등이 100위 안에 있다. 여자단식의 오사카 나오미(10위)는 한때 세계 1위에도 올랐다. 권순우는 올해 올림픽 출전과 함께 그랜드슬램 본선 첫승을 노린다. 그는 “지난해보다 높은 랭킹을 거두고 그랜드슬램 본선에서 첫승을 거두는 게 목표다. 그 이상의 성적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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