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관광객이 15일 그리스 아테네의 파나티나이코 경기장 바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성화 이양식이 거행될 이 경기장은 코로나 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문이 닫혀 있는 상태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도쿄올림픽(7월24~8월9일) 개최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고대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 올림피아에서 12일 채화됐지만 성화 봉송은 하루 만에 중단됐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올림픽위원회가 나머지 일정을 취소했다.
성화는 1896년 근대올림픽이 열린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 성화대에서 불길을 이어간 뒤 19일 예정대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인계된다. 일본 내 성화 봉송은 26일 시작된다.
각 종목의 도쿄올림픽 예선전이 취소 또는 연기되며 올림픽 출전선수 선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3월과 4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대회를 6월로 미루기로 했다. 야구는 아메리카대륙 최종예선을 연기했고 대만에서 열기로 한 도쿄올림픽 세계 최종예선도 6월17∼21일로 변경했다. 체조는 이달 열릴 예정이던 바쿠월드컵과 도하월드컵이 잇따라 취소돼 올림픽 랭킹포인트 획득에 차질이 생겼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개최지역인 도쿄도 등은 올림픽 개최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안에서조차 무관중 경기 또는 연기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14일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해 일본 전문가들이 ‘관중 없는 올림픽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와세다대학 스포츠과학부 하라다 무네히코 교수는 “도쿄올림픽에 3조엔(약 34조원)을 투자한 상황이라 취소보다는 무관중 경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라다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신체 접촉이 많은 유도나 레슬링을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한다면 도쿄올림픽의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감염병 전문가 야마노미용예술단기대학 나카하라 히데오미 초빙교수는 5월 말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긴 어렵다고 관측했다. 나카하라 교수는 “일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5월 말이나 6월까진 완전히 진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일동포인 야구 영웅 장훈(80)은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스포츠호치> 등 현지 매체를 보면 장훈은 15일 “위험한 건 자제해야 한다. 1년 연기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개최하면) 외국에서 관광객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도 참가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올림픽 출전을 위해 일본에 왔다가 코로나19에 노출되면 많은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13일 “텅 빈 경기장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것보다는 1년 뒤에 여는 것이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림픽을 연기하는 문제도 쉽지는 않다. 2021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16일~8월1일·일본 후쿠오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6일~15일·미국 오리건) 등이 있다.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놓고 이해가 충돌함에 따라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독일 제1공영방송(ARD)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도쿄올림픽 경기를 취소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권고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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