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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수’라는 말의 기원과 쓰임새, 그리고 변형

등록 2021-01-05 18:37수정 2021-01-05 18:41

[아하! 스포츠]
이해령씨 박사학위 논문서 담론 분석
운동권→학습권→ 인격권으로 변화
제도, 가치, 권력의 관계 살펴야 주장
전국체전에서 경기 중인 고교 핸드볼 선수들. 연합뉴스
전국체전에서 경기 중인 고교 핸드볼 선수들. 연합뉴스

‘학생선수’는 학생일까, 선수일까?

이런 질문은 매우 단선적이다. 개념화하는 순간 압축과 생략이 이뤄지고, 맥락과 역사 속에서 의미는 끊임없이 유동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학생선수’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한국 스포츠를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해령(고려대 체육학과) 씨의 최근 박사학위 논문 ‘학생선수 담론: 계보와 교육적 함의 탐색’은 정책자료, 토론회, 보도기사 등을 통해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수원지 구실을 해온 학생선수라는 개념을 언어를 기점으로 추적한다.

학생선수라는 복합명사의 출현은 1949년 언론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하지만 출전 자격을 가르는 기준일뿐 의미와 태도, 가치를 담고 있지는 않았다. 학생선수가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둔 언술이나 언어의 사회적 실천, 특정 이해관계를 반영한 ‘담론’으로, 동시에 직업 운동선수와 구별되는 단어로 등장한 것은 1970년이다. 이때부터 2000년 이전까지 학생선수는 ‘운동할 권리’ 측면에서 운동권의 시기로 볼 수 있다. 즉 1972년 체육특례입학제도 등을 통해 운동만 하면 상급학교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공부하는 학생선수 담론이 팽창하면서 ‘학습권’ 담론이 세력을 얻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선수의 ‘인권’이 학습권에 추가되면서 운동권 담론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이와 함께 초중고 최저학력제나, 대학 학점미달 시 출전 제한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효성은 의문시된다. 가령 최저학력제는 “학력 하한선을 정해놓고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우대 아닌 우대”이며, 학점과 출전 기회를 연계하는 것은 “공부하지 않으면 운동도 못 하게 하는 강제적 규정”이라는 비판은 통렬하다.

이것은 학교운동부 소속 학생들은 학생선수라는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없음에도, 담론들간 경합으로 학생선수로 지칭되면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탓이다. 공부와 운동을 통해 역량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을 하게 된 형국이다.

또 공부와 운동의 우선순위를 놓고 갈리는 이견의 기저에는 메달로 상징되는 ‘경험중심’의 신념과 학생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가치중심’ 신념의 충돌이 있다. 지금까지 엘리트 선수를 학교를 통해 충원해온 국가가 이제 공부는 개인의 선택과 역량이라는 식의 담론을 펴는 현상도 모순적으로 비친다.

이해령 씨는 “‘학생선수’ 자체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필요하다. 학생선수가 추구하는 특정한 삶의 가치와 목적에 근거해서 스스로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고, 이들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엘리트선수 육성의 다양화, 젠더, 불평등, 제도라는 관점으로 학생선수의 개념을 분석하고, 이에 내포된 신념과 가치를 권력 관계 아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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