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김한별(왼쪽)이 7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케이비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4위팀의 반란? 여자프로농구에서 4위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정규리그 4위팀 용인 삼성생명이 7일 열린 챔피언전 1차전을 따내며 기적의 가능성을 높였다.
임근배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은 이날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케이비(KB)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2위 청주 케이비(KB)를 76-71로 꺾었다. 챔프전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할 확률은 67.8%에 이른다. 앞서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을 2승1패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바 있다.
4위팀이 챔피언전에 오른 것은 2001년 한빛은행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빛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생명에 1승3패로 졌다. 따라서 올해 삼성생명이 우승하면 여자프로농구에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전반까지 29-27로 근소하게 앞선 삼성생명은 3쿼터부터 ‘베테랑’ 김한별(30득점)과 김보미(11득점) 등의 활약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후반에는 젊은 선수들이 힘을 냈다. 삼성생명은 49-46으로 앞선 3쿼터 종료 54초 전 배혜윤(18득점)의 골밑 득점으로 5점 차로 달아났고, 이어 윤예빈의 가로채기에 이은 배혜윤의 속공으로 7점 차를 만들었다. 삼성생명은 4쿼터 들어 최대 11점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종료 1분50초를 남기고 배혜윤의 골밑 득점으로 72-62, 10점 차를 만들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박지수를 앞세운 케이비는 4쿼터 막판에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듯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염윤아의 속공과 가로채기에 이은 심성영의 3점포를 앞세워 종료 1분7초 전 5점 차로 추격했지만, 결정적인 공격 기회에서 실수가 나와 추격의 흐름이 끊겼다. 케이비는 박지수가 23점, 9튄공잡기로 선전했으나 이번 시즌 전경기에서 달성한 더블더블 행진에는 제동이 걸렸다. 케이비는 박지수가 상대 골밑에서 집중 수비에 막히는 동안 외곽슛이 제때 터지지 않은 게 뼈아팠다.
챔프전 2차전은 9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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