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실업팀의 간판인 안양 한라와 대명 킬러웨일즈의 대결 모습. 대명팀은 지난달 해체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정말 위기네요.”(기자)
“걱정 말라. 아이엠에프(IMF)도 겪었다.”(안양 한라 관계자)
한국 아이스하키가 위기에 빠졌다. 실업팀 대명 킬러웨일즈가 창단 5년 만인 지난달 해체됐기 때문이다. 엘리트 아이스하키의 최상층부이며, 대표팀 수원지 구실을 하는 실업팀은 이제 안양 한라, 하이원 등 딱 두 팀만 남았다. 2018 평창올림픽 당시 국가 차원에서 상무팀 유지를 약속했건만, 상무팀 부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도 빛나는 것은 안양 한라의 ‘아이스하키 디엔에이(DNA)’다. 한라 관계자는 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우리 위축되지 않는다. 더 큰 그림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부가 허황하지 않은 것은 그 청사진이 혁명적이면서도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한라 구단의 발상 전환은 엘리트와의 ‘단절’에서 시작된다. 이 관계자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가입 76개국의 등록선수는 176만명이다. 이 가운데 톱 16개국의 선수는 166만명이고, 나머지 나라는 들러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톱 16개국 나라처럼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고, 그야말로 저변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에는 기업의 엄청난 투자 아래 대표팀이 톱 디비전 16개국에 들어가고, 올림픽에 출전해 성과를 낸 것에 대한 성취감도 있지만, 기초체력이 약해서는 안된다는 반성이 배어 있다. 남 좋은 일(국제대회 참가 들러리) 하기 전에 실속을 강화하자는 역발상은 더 신선하다.
대명 킬러웨일즈 아이스하키단의 팀 해체 고별사. 대명 킬러웨일즈 제공
아이스하키 저변확대의 키워드는 빙상 시설 확대다. 한라 관계자는 “관중석 있는 빙상장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로 30m, 세로 60m 빙판만이라도 벽돌 찍어내듯이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실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업 구단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주민의 스포츠 복지를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결합해야 한다. 초등, 중등생 차원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등 아이스하키 열풍을 고려하면 기부채납 형식의 ‘얼음판’ 설치는 비용보다는 편익이 커 보인다. 한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빙상장 건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공동보조를 맞춰야 한다.
한라 구단은 먼저 연고지 안양 빙상장에서 경기도 교육청, 안양시와 함께 지역 기반의 클럽스포츠인 ‘G 스포츠 사업’을 실시하는 등 생활체육 일선에 나선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을 아우르는 감동을 안겼다.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 민간이 이룬 성과였다. 정치인들이 마치 체육계 진리를 독점한 듯 이슈 몰이를 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고난 속에서 좌절하기보다 더 단련되는 27년 역사의 한라 구단의 의지를 보면 정말 그들이 스포츠를 지키는 현장의 영웅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은 말만 하지 않는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