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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도쿄 올림픽 뉴스에 속앓이하는 대표선수들

등록 2021-05-27 15:36수정 2021-07-19 18:39

일본 내 올림픽 반대 여론에 화들짝
메달보고 달려온 선수나 감독 불안불안
체육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2020 도쿄올림픽 로고.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로고.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불안합니다. 하지만 꼭 열릴 겁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충북 진천 국가대표훈련원에서 막바지 훈련 중인 한 구기종목 대표선수는 최근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방에는 텔레비전이 없지만, 식당에서 얼핏얼핏 나오는 뉴스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27일 현재 각종 예선을 통과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딴 선수는 23개 종목에서 186명이다. 6월 말까지 예정된 올림픽 예선을 거치면 한국 대표선수단은 200~210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진천훈련원에서 막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일본 내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이 대회 취소나 연기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미국이 일본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는 등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투기 종목의 한 감독은 “무조건 대회가 열려야 한다. 선수가 3번째 도전하는데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했다. 행여 낙담할까 봐 올림픽 관련 뉴스는 서로가 일절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진천선수촌 안의 이런 분위기는 올림픽 성적이 ‘전부 아니면 전무’로 연결되는 한국 스포츠 문화의 특징에서 나온다. 올림픽에서 성공하면 연금이나 병역에서 혜택을 보고, 은퇴 뒤 삶에서도 유리해진다. 실패하면 운동 이외의 다른 삶의 방편이 준비돼 있지 않은 터라 낙심도 크게 된다.

한국에서는 애초부터 수요(대표팀)와 공급(선수 풀)이 적용되는 시장에 의해서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에 의해 국가대표로 성장한다. 학교나 교육청, 지방자치단체는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라는 제도를 통해 선수 자원을 공급하는 기지 구실을 한다. 이렇다 보니 선수들은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는 정신적 태도를 갖게 된다.

외국의 경우 안전을 이유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개최에 부정적인 생각을 선수가 직접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이 결정하고,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일을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대표팀 가운데는 올림픽에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설령 메달을 따지 못해도 만족하는 선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선수와 지도자한테 올림픽 취소는 악몽이다. 올림픽을 결실의 무대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6월초 일본 총리와 야당 대표의 회담 등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개최 의지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아이오시의 딕 파운드 위원은 “아마겟돈이 아니라면 올림픽은 열린다”라고 말할 정도다.

만에 하나 올림픽이 불발된다면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5~10년간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선수들의 허탈감을 달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의 따듯한 격려는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선택지가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올림픽을 둘러싼 외부 논란과 상관 없이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해 막판 스퍼트하기를 기대해본다.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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