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이 25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2라운드에서 룩셈부르크의 니샤롄 쪽으로 스매싱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41살의 나이 차이. 17살의 신유빈이 ‘변칙 탁구’를 꺾었다.
신유빈(대한항공)은 25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2라운드에서 룩셈부르크의 니샤롄(58)을 세트 스코어 4-3(2:11/19:17/5:11/11:7/11:8/8:11/11:5)으로 제압하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올림픽 탁구 역사상 가장 큰 나이 차 경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탁구 신동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신유빈과 중국 대표팀 출신으로 룩셈부르크로 귀화한 니샤롄의 나이 차는 41살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는 쉽지 않았다. 1983년 세계탁구챔피언십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니샤롄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경제적인 탁구로 에너지를 절약했다. 통상적으로 빠른 스피드의 상대에 익숙했던 신유빈도 당황했다.
신유빈은 1세트에서 2-11로 질 만큼 변변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안재형 해설위원은 “상대가 워낙 노련한 선수다.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여우처럼 경기하고 있다. 공을 좀 더 끝까지 잡아두고 쳤으면 좋겠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손목만 까딱까딱 움직이며 치는 니샤롄의 타법을 ‘소림탁구’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리한 신유빈은 2세트(19:17)부터 대응법을 찾기 시작했고, 4·5세트를 잡으면서 3-2로 뒤집었다. 6세트에 반발한 니샤롄에게 져 3-3으로 다시 균형을 허용했지만, 결국 7세트에서 판을 갈랐다.
신유빈은 7세트 초반부터 강공 드라이브로 7-2까지 점수를 벌렸고, 상대의 추격을 5점으로 막으면서 11-5로 게임을 따냈다. 신유빈은 경기 뒤 <한겨레>에 “1세트에는 조금 까다로운 구질에 적응도 안 되고 (마음이) 급했는데, 2세트부터는 여유를 갖고 들어가자고 마음먹고 했던 게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추교성 감독은 “상대 선수가 노련하고 변칙성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러버(탁구채에 붙어 있는 고무판)가 이질(돌출) 러버라서 공의 변화가 심해 (신)유빈이가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다”며 “게임하면서 상대 구질에 적응해 자기 플레이를 했다. 특히 2세트 때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겨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김창금 선임기자,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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