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겨낸 것처럼…네 검객은 포기를 몰랐다

중국 꺾고 에스토니아 만나 32-36 패
9피리어드 에이스간 대결에서 승패 결정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에스토니아와 결승전에서 패해 은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최인정을 위로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승리의 포효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검객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날린 동료들을 다독였다.

최인정(31), 강영미(36), 송세라(28), 이혜인(26)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팀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비(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전에서 ‘펜싱 강국’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32-36으로 졌다. 여자 에페팀은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은메달을 목에 거는 성과를 올렸다. 9년 만이다. 지난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에 출전했다가 강영미와 이혜인이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터라 이날 메달은 더욱 값졌다. ‘국가대표 첫 확진'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대표팀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나선 이날 경기는 종료 2분 전까지 동점을 이어갈 정도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몸 전체가 공격 가능 범위인 에페 단체전은 3명의 선수가 3분씩 번갈아가면서 9라운드를 거쳐 최종 점수가 높거나, 먼저 45점을 얻은 팀이 승리한다.

최인정,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경기 초반인 3피리어드에서 송세라가 에리카 키르푸를 상대로 팔과 다리를 찔러 13-11로 앞서가던 대표팀은 6피리어드까지 22-21로 1점 차 우위를 유지했다. 7피리어드에서는 대표팀 막내 이혜인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백전노장 이리나 엠브리히(41)를 만나 대등한 경기력을 펼치면서 24-24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대표팀은 8피리어드까지 동점(26-26)을 유지했다.

마지막 9피리어드에서 두 팀 에이스 간 진검승부로 승패가 결정됐다. 송세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세계 2위 최인정은 에페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카트리나 레히스(27)를 만나 가까운 거리에서 혈투를 이어갔고 연달아 3점을 내줬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지만, 최인정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내던지며 분전을 이어갔다. 그는 경기 종료 23초 전까지 1점 차(30-31)까지 간격을 좁히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점수 차를 극복하진 못했다.

단체전 ‘세계 4위’였던 한국은 이날 첫 경기인 8강에서 난적 미국을 38-33으로 제압한 뒤 준결승전에서는 ‘세계 1위’인 중국과 맞붙어 38-29로 이겼지만, 에스토니아의 벽을 넘진 못했다. 대표팀은 2012 리우 대회에서도 에스토니아와 8강전에서 만나 26-27로 석패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23-21로 승리했다.

장필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