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59㎏급에 출전한 폴리나 구례바(21) 27일 시상대 위에서 은메달을 들고 서 있다. <에이에프피>(AFP) 연합뉴스
그들이 힘겹게 들어올린 것은 역기가 아니였다. 자국의 올림픽 역사였다.
폴리나 구례바(21)는 27일 여자 역도 59㎏급에 출전해 합계 217㎏을 들어 올렸다. 궈싱춘(대만·236㎏)의 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조국 투르크메니스탄에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기기에 충분한 무게였다. 3위는 안도 미키코(일본)였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지금껏 올림픽에서 단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하고 있었다. 구례바가 이날 목에 건 은메달로 30년간의 메달 갈증을 해소했다. 구례바는 경기를 마친 뒤 〈에이피〉(AP) 등과 인터뷰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은 여태 어떤 종목에서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내가 메달을 따면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역사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면서 ”나 또한 놀랐다”며 감격해했다. 2019년 세계선수권 때 그의 순위는 28위였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기회를 잘 살려 훈련을 착실히 해왔다.
1924년부터 올림픽에 참가해왔지만 ‘금메달’을 한번도 따지 못한 필리핀 또한 역도를 통해 97년 만에 자국 스포츠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하이딜린 디아스(30)는 26일 열린 여자 역도 55㎏급에서 랴오추원(중국·223㎏)을 단 1㎏ 차이로 누르고 합계 224㎏을 들어 올려 금메달을 따냈다. 2008 베이징 대회부터 올림픽에 출전해온 디아스는 2016 리우 대회에서는 필리핀 역도 사상 첫 메달(은메달)을 안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50㎝ 작은 키의 디아스는 경기를 마친 뒤 <에이에프피>(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는 일, 꿈이 현실이 됐다”며 “필리핀의 젊은 세대에게 ‘당신도 금메달을 꿈꿀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한 영국령 섬나라 버뮤다도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플로라 더피는 27일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여자 개인전에 출전해 자국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 트라이애슬론과 조정에 각 1명씩 총 2명의 선수단을 보낸 버뮤다는 1976 몬트리올 대회 복싱 종목에서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획득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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