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결승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경기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안산(20)은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마지막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순간, 함성이 터져나왔다.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한 안산(20)이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과 한국 최초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순간이었다. 류수정 양궁대표팀 감독이 안산을 끌어 안았다. 안산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들으며 이번 대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새로운 ‘신궁’의 탄생이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6-5(28:28/30:29/27:28/27:29/29:27/<10-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을 제패하며 2관왕에 오른 안산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양궁 3관왕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부터는 양궁에 혼성 단체전이 추가돼, 개인 별로 최대 3개까지 금메달 획득이 가능해졌다.
이날 안산은 난적을 만나 고전했다. 맞상대인 오시포바는 8강에서 강채영을 7-1로 꺾고 올라온 강적이었다. 안산은 4세트까지 3-5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안산은 차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경기를 이어갔고,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점을 쏘며 8점을 쏜 오시포바를 눌렀다. 안산은 경기가 끝난 뒤 “실은 긴장을 많이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너무 기쁘다”고 했다.
이날 안산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양궁은 신궁 계보를 이어가게 됐다.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서향순)를 시작으로 서울(김수녕), 바르셀로나(조윤정), 애틀랜타(김경욱), 시드니(윤미진), 아테네(박성현), 런던(기보배), 리우데자네이루(장혜진) 대회에서 여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유일한 예외가 2008년 베이징 대회였다. 이번 올림픽을 포함해 모두 13번의 대회 중 9개를 제패했다.
사실 대회 전까지 안산은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이미 2015년부터 세계랭킹 1∼2위를 지키던 주장 강채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산은 지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3위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개인전 결승보다 국가대표 선발전 때가 더 떨렸던 것 같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안산이 3관왕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대회 개막일(23일)에 열린 개인랭킹전. 안산은 이날 올림픽 기록을 25년 만에 갈아치우며 1위에 올랐다. 혼성 단체전 출전 자격을 따낸 안산은 김제덕(17)과 함께 혼성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단체전 9연패라는 대업까지 완성했다. 평소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다”는 그의 주문은 여자 개인전에서도 통했고, 결국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의 꿈을 이뤘다.
한편 전체 5종목 가운데 4종목을 석권한 한국 양궁은 김우진(29)이 31일 남자부 개인전에서 전 종목 석권을 위한 마지막 퍼즐에 도전한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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