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30일 도쿄올림픽 100m 달리기 예선에서 뛰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벨라루스의 육상선수가 “코치를 비난했다고 강제 귀국시키려 한다”며 벨라루스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는 2일 아침 일본 하네다 공항에 머물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그는 앞서 벨라루스 야당 쪽이 운영하는 온라인 누리집에 올린 비디오에서 “그들(벨라루스 당국)은 나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내 동의도 없이 나를 벨라루스로 데려가려 하고 있다”며 “그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도쿄올림픽 여자 100m 달리기 예선에 출전했으며, 2일엔 200m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는 지난주 인스타그램에 자신은 1600m 이어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도 코치가 자신도 모르게 출전선수 명단에 올렸다고 코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그들은 내 등 뒤에서 모든 일을 결정한다. 내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무시뿐”이라며 “높은 분들은 우리를 운동선수로 존중하고 때때로 우리 의견을 물어야만 한다”고 썼다.
그 뒤 그는 1일 갑자기 코치로부터 짐을 싸라는 얘기를 들었고 벨라루스팀 관계자는 그를 하네다 공항으로 데려갔다. 그는 “코치가 오더니 위에서 나를 빼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는 입장 자료를 내어, 치마노우스카야의 “정서적, 정신적 상태”에 대한 의사의 조언에 따라 그를 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벨라루스 육상팀의 책임자인 유리 모이세비치는 벨라루스 국영방송 <STV>에 나와서 ‘이어달리기팀을 개편하기로 결정했지만 선수들의 준비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마노우스카야는 예비 선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치마노우스카야는 안전하게 있다”며 국제올림픽위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 위해” 치마노우스카야와 벨라루스 당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체육인을 지원하는 단체인 벨라루스스포츠연대재단의 관계자는 치마노우스카야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에서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이 1994년 집권 이래 지금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지만, 지난해 대선 이후 부정선거 논란으로 대규모 거리 시위를 겪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특히 지난 5월 전투기를 동원해 벨라루스 영공을 날고 있는 민항기를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뒤 민항기에 타고 있던 반정부 언론인을 체포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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