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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눈물 박재혁의 복수…‘원딜 차이’가 승패 갈랐다

등록 2023-09-28 14:16수정 2023-09-28 14:33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룰러’ 박재혁이 28일 중국 항저우 이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준결승 중국과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룰러’ 박재혁이 28일 중국 항저우 이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준결승 중국과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룰러’ 박재혁(징동 게이밍)에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악몽이다.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당시 그는 중국과 결승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시상식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은 많은 팬의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5년 뒤, 적지 항저우에서 다시 중국을 만난 그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협곡을 장악했다. 사실상 ‘원딜 차이’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완벽한 설욕이다.

박재혁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준결승이 열린 중국 항저우 이스포츠 센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5년 전 결승에서 중국에 지고 확실히 제 마음에 좀 트라우마가 많이 남았다. 게임 안에서 의식도 많이 했다”라며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하려 했고, 오늘 이겨서 트라우마를 많이 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룰러’라는 프로게이머가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박재혁은 상대 원거리 딜러 ‘엘크’ 자오자하오(빌리빌리 게이밍)를 강하게 몰아쳤다. 특히 2세트 때는 바텀 라인에서 초반에 퍼스트 블러드(선제점)를 내줬음에도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가며 한타 싸움 때마다 제 역할을 했다. 경기를 뒤집는 일등공신이었다. 원거리 딜러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공격력을 담당하는 포지션이다. 양 팀이 모든 전력을 쏟아 맞붙는 이른바 한타 싸움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룰러’ 박재혁(오른쪽 둘째)이 28일 중국 항저우 이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준결승 중국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케리아’ 류민석과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룰러’ 박재혁(오른쪽 둘째)이 28일 중국 항저우 이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준결승 중국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케리아’ 류민석과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사실 자오자하오는 중국 리그 내에서도 박재혁에게 여러 차례 무너진 바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인간 상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재혁은 “상성이라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의식도 안 한다. 언제나 깨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스스로에 대해 “(10점 만점에) 6점 정도”라며 “제 원래 방식보다 좀 더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년 전 결승 뒤 “민폐만 끼쳤다”라며 “다음엔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던 박재혁. 지난해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겠다”라며 국가대표 후보를 반납했던 그는 자신의 실력이 태극마크에 걸맞다고 생각한 뒤에야 대표팀에 합류해 5년 전 약속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절치부심한 박재혁이 이번에는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아시안게임 초대 챔피언에 오를 수 있을까. 한국은 29일 대만-베트남 준결승전 승자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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