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가 길어지다 보면, 부담감이 많이 생기고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 (…) (연패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
남자배구 KB손해보험 스타즈 후인정 감독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연패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더욱 경기가 꼬여만 가는 패턴이 반복되는 탓이다.
2023∼2024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OK금융그룹과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후인정 감독은 선수들의 위축된 심리가 연패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가도 심리적 압박감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정형화된 공격 패턴, 범실이 반복돼 허망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9일 OK금융그룹 읏맨과의 경기는 KB손보가 가진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아낸 경기였다. KB손보는 승패가 걸린 4세트에서 20-18로 2점 차 리드를 지키다 팀 내 유일한 공격수인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의 공격이 상대 가로막기에 막히고 홍상혁의 범실마저 나오며 20-21로 역전당했다. 막판 상대의 집중 견제에 당한 비예나가 추가 범실을 내면서 경기를 내어줬다. KB손보의 범실은 27개로 OK금융그룹(17개)보다 10개나 많았다.
타임아웃(작전시간)마다 “자신감을 가지자”면서 서로를 독려했던 KB손보 선수들은 경기 후반부 들어 소극적인 공격 패턴을 보였다. 다른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한 세터 황승빈의 토스는 체력 저하로 타점이 낮아진 비예나에게만 집중됐고, 예측 가능한 공격은 상대의 높이를 뚫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현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황경민이 늑골 부상을 딛고 복귀하려면 최소 3주가 더 필요하다. 결국 기존 선수들이 연패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을 털어내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다. 윤봉우 케이비에스엔(KBSN) 해설위원은 “잘하는 팀과 안 되는 팀의 차이를 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 있게 공격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서 갈린다”며 “KB손보는 공격적으로 경기를 이끌어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경기를 해야 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범실이 나오니 선수들에게 부담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KB손보의 팀 최다 연패 기록은 2019∼2020시즌 기록한 12연패다. 타이기록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긴 절박한 처지다. 개막전에서 이긴 뒤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KB손보. 12월2일 최근 5연승의 한국전력과 맞붙는데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