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진관사의 스님들이 풀칠한 가죽나물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가죽나물은 스님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사찰 음식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부처님도 육식을 거부하지 않았으니, 육식을 해도 좋은 것일까. 불살생을 제1계명으로 삼은 불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문제다. 더구나 현대엔 햄버거·짜장면 등에도 고기가 들어 있어 승려들조차 사찰 밖에선 육식을 피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불교문화> 2월호가 ‘동물복지’ 특집에서 불교와 육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마음편한요양병원장인 남궁선 불교생태학 박사는 “부처님도 고기를 먹었으니 우리도 고기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것은 너무 큰 착각”이라고 했다. “부처님은 어떤 음식을 달라거나 선택하지 않았다. 주는 대로 드셨기에 결코 맛에 탐착해서 육식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건강에 필수적인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식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지만, 이런 1930년대의 생각은 1970년대에 들어 깨져 보건기구들은 빵, 파스타, 밥, 감자로 이뤄진 식사만으로도 충분히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남궁 박사는 “미국의 경우 쇠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 약 5㎏의 옥수수나 콩을 사료로 먹여 전세계 곡물 생산량의 40%가 쇠고기 생산에 소모된다”며 “인류의 생존 문제가 달린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의 선택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전북 김제 이서면 한 산란계 농장 케이지에서 닭들이 사육되고 있다. 김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명식 진주교대 도덕교육과 교수는 공장식 축산이 왜 ‘반불교적’인지를 조명했다. 그는 “가축들이 먹는 곡식으로 전세계 8억명으로 추산되는 기아선상의 빈민을 구제할 수 있다”며 “좁은 공간의 대량 사육으로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전염병이 횡행해 가축들은 집단 매몰되거나 살처분당하고, 인간도 전염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먹인 고기를 먹고 비만과 당뇨 같은 성인병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불교에서 모든 존재가 하나가 되며 ‘연기’(이것이 있으면 저것도 있다는, 원인과 결과의 상호의존법칙)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은 중생의 아픔에 함께 연민하고 그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삼아 자비로써 보살피는 것이고, 그 대상엔 동물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동물은 물건이나 식자재가 아니라 쾌락과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살아 있는 생명이기에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 유기 축산, 동물복지 축산을 고려하고, 소비자도 ‘합리적 소비’를 넘어 ‘윤리적 소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특집 기사에선 ‘애완동물에 대한 윤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훈 강원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7월 법무부가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입법 예고한 것은 일단 동물도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같이 법적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라며 “한때 인간도 조선시대 노비나 미국 흑인 노예를 물건과 다름없이 사고팔고 후손에게 증여했으나 현대엔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장난감 취급하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동무인 반려동물로 여긴다면 지금과 같은 사육 형태가 과연 동물이 선호하는 삶인지,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물건으로 다루지 않는 것인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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