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한국 정교회 초대 대교구장을 지낸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가 10일 선종했다. 향년 93.
한국정교회 관계자는 “지혜 많은 대주교께서는 참된 교회의 전통과 정신을 따라왔고 다방면에 걸친 사역과 일생에서 절제와 분별력을 지닌 분이었다”며 “이 모든 덕망을 품에 안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고 밝혔다.
한국정교회는 이어 “대주교께서는 온유하고 평화를 위해 일했으며 새로운 선교 사역을 하는 데 있어 개인적 희생이나 위험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대담하고 용감했다”고 회고했다.
트람바스 대주교는 1929년 그리스 아르타에서 태어나 아테네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960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1975년부터 한국 정교회 선교 사제로 봉직했다.
고인은 1993년 주교로 승품했고, 2004년 한국 정교회 첫 대주교로 임명됐다. 고인은 생전에 ‘외모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이라고 자신할 만큼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김치, 된장찌개 등 한국음식도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엔 고건 당시 서울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권을 받았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11일 고인의 선종에 애도하는 메시지를 내 “‘영적 아버지’인 대주교님을 떠나보낸 한국정교회 공동체에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1975년 선교 사제로 한국행을 자원한 대주교님은 생소하고 가난한 선교지에서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신자들을 돌보셨고 청빈한 삶을 사셨다”고 추모했다.
염수정 추기경도 애도 메시지에서 “특별히 사목적 애정을 지니셨고 사랑하셨던 한국 땅에서 끝내 영원한 안식에 드셨다. 우리 가톨릭교회와도 형제적 우애를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정교회는 11일 성찬예배와 장례식을 거행하고, 고인의 유해를 그리스정교회 수도원에 안치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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