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
〈기도-내려놓기〉
1980년대 한 대학생이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학생의 어머니는 날마다 절에 와서 아들의 석방을 위해 기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어머니는 부처님의 은혜와 가피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3개월 뒤 학생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학생의 어머니는 “감옥에 있게 놔두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통곡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바가 성취되는 것이 기도라고 믿는다. 하지만 법륜 스님이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렸다. 그는 법정 스님 이후 독자들이 가장 애독하는 스님 저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보다는 욕구를 ‘무자비하게’ 거스른다. ‘기도-성취하기’가 아닌 <기도-내려놓기>라는 제목 자체가 벌써 욕망 충족을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거스른다. 머리말에서 위 학생의 예화를 든 법륜 스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며 “복을 부르는 기도가 있는가 하면 화를 자초하는 기도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기도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성취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다만 기도할 뿐 그 결과는 어떤 것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히 ‘기도의 혁명’이다. 그는 “우리의 기도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두 성취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론 어린애처럼 때론 거지처럼 뭔가를 달라고 끊임없이 빌고 조르는 기도에 익숙한 이들에겐 가혹한 듯 보이지만 그의 기도는 결과가 어떻든 결국 감사하고 행복해지는 완전한 성공법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