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통사’·‘기독교와 외교사’
1920년대 한문원전 번역 출간
최근 불교와 기독교의 역사에 대한 기념비적인 저작 두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조선불교통사>(동국대출판부 펴냄)와 <조선기독교와 외교사>(삼필문화사 펴냄)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한문원전을 한글로 번역해 8권 전집으로 낸 <조선불교통사>는 고구려 소수림왕(372년) 때부터 1916년에 이르는 1544년 한국 불교사를 총집결하고 삼국유사처럼 불교와 관련된 문화·예술, 인물, 사적 등에 얽힌 이야기도 담았다. 번역작업을 지휘한 법산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보조사상연구원장)은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의 번역에 맞먹는 의미가 있다고 내세울 정도다.
한국기독교사료연구소가 한문원전을 역시 한글로 번역해 내놓은 <조선기독교와 외교사>는 1920년대에 서술된 책으로, 100여년 전 조선조 말의 치욕적인 외교사와 함께 개신교의 전래과정을 담고 있다. 성실서당 훈장으로서 한시 짓는 목사들을 배출하면서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해 낸 무불달 오세종 목사는 “그때까지 천주교나 개신교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저술된 기독교사가 없었기에 교회사나 종교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종교를 뛰어넘는 이 중요한 책들의 저자가 한 사람이다. 이능화(1869~1943)다. 그는 스스로 ‘무능(無能)거사’로 칭했지만, 당대의 천재였다. 고종 6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이능화는 외국어 사용이 흔치 않던 그 시절 한학은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능통했다고 한다.
이능화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부친 이원긍(1849~1919)은 이상재, 김정식, 윤치호, 유성준 등과 기독교청년회(YMCA)에서 활약하고, 묘동교회를 건립한 장로였다. 이능화는 독립협회 회원으로서 종로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던 아버지의 면회를 다니면서 개신교인들이 보던 서적들을 빌려 독서하다가 첫 종교관계 연구서인 기독교교리서 <백교회통>을 저술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조선불교통사>를 비롯해 <조선도교사>, <조선불교분류사>, <조선미신사상사>, <조선유학사상사> 등을 잇따라 저술해 우리나라의 종교·사상을 총정리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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