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남방 불교 두 스님 ‘참 수행을 말하다’
공주 불교 문화원서 인터뷰
‘가깝고도 먼’ 수행법 설파
북방불교와 남방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의 고수들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한국의 고우(74) 스님과 미얀마의 파욱(77) 스님이 10일 충남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만나 공개적인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북방불교와 남방불교는 석가모니를 교조로 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워낙 수행법이 달라 그 동안 서로를 잘 인정하지 않을만큼 ‘가깝고도 먼 사이’였다.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도 많이 다른 가톨릭과 개신교의 사이와 비슷하다.
8~10일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만남과 소통’을 주제로 한 국제연찬회에서 150여명의 참석자들을 이끈 두 스님이 마지막날 가진 공개적인 대화자리는 언어와 수행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러나 각자의 수행법을 제시하는데선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무엇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 차이가 컸다. 한국 간화선가는 성철 스님이 강력히 제기한 바 있는 ‘돈오돈수(頓悟頓修) 사상이 지배하고 있다. 점차적인 수행법도 인정하지않고, 단번에 깨달으면 더 이상 닦을 것도 없다는 혁명적인 주장이다.
이에 대해 파욱 스님은 “부처님은 개구리가 깡충 뛰는 것처럼 깨달음을 한 번에 얻는 것은 없다고 했다”며 “깨달음은 점진적인 수행을 요구하므로 지혜를 꿰뚫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 수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오후불식(오후엔 음식을 먹지않음)을 할 정도로 붓다 당시의 계율과 교학을 그대로 따르면서 수행자들을 개별 인터뷰를 통해 세심히 지도해주는 위파사나 선사다운 답변이었다.
그러나 고우 스님은 ‘돈오돈수론자’ 답게 “우리는 본래 부처”라고 말했다. 부처이니 더 이상 닦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다 너다’라는 착각 때문에 본래 상태를 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수행이란 착각을 깨는 과정’이라고 했다. 파욱 스님이 ‘단계적 수행을 통해 고통을 소멸하고 평화에 이르는 길’을 제시했다면, 고우 스님은 ‘우리는 이미 부처이니 착각에서 벗어나 부처로 당당하게 살자’고 역설한 셈이다. 고우 스님은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러 길이 있는데, 위파사나 수행자가 가는 길은 평탄하지만 멀고, 간화선 수행자가 가는 길은 험준한 바위산이지만 짧다”는 설명으로 두 수행법의 차이를 비교했다.
두 스님은 ‘깨달음의 경지’에 대해선 공통점이 있었다. 남방불교에선 고통을 완전히 소멸하면 아라한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남방불교는 수행으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해봐야 아라한이지만, 간화선에선 깨달으면 바로 부처가 된다는 차별관이 있어온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고우 스님은 “위파사나에서는 ‘평화로운 상태’에 이른 이를 아라한으로 보는데, 이는 간화선사들이 말한 ‘심청정’(마음청정)과 같다”면서 “부처님도 성불후 첫번째 가르침을 편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를 깨닫게 한 뒤 ‘여기에 여섯 아라한이 있다’고 한 것을 보면 아라한과 부처를 같은 경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남은 한국불교가 다른 수행법까지 포용해 더 넓은 불교로 나아가는 활로를 여는 자리였다.
공주/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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