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 장애인은 어떻게 보였을까. 시혜를 베풀 대상이었을까. 정상인과 다름 없는 주체적 인간이었을까. 예수에게도 차별의식이 있었을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탄 1급장애인 정중규(55·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씨가 대구대 직업재활과에서 발표한 ‘예수 그리스도의 장애인관과 교회의 장애인사업에 관한 인식 연구’라는 논문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미리내수도회 창립자인 정행만 신부(삼촌)를 비롯해 사제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정 연구원은 사제가 되고싶었지만, 장애인을 거부하는 가톨릭의 벽을 넘지 못해 꿈을 접고 뒤늦게 직업재활학을 공부했다. 그는 “20년 전 부산가톨릭지체장애인복지회를 만들고, 장애아동교육기관인 마리아특수아동조기교육원을 직접 운영하고 교계 장애인공동체 설립에 관여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예수와 교회의 현저한 괴리감을 느껴 이 논문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논문에서 “<구약성경>에서는 장애를 죄의 결과로 보거나 장애인을 정결에 관련된 율법규례인 정결법에 의거해 부정하게 여겨 차별했으나 <신약성경>은 예수에 의해 구약의 장애인관을 전복시켜 오히려 장애인을 다가올 하느님나라에 가장 먼저 초대받을 자로 삼아 이스라엘 공동체 회복을 위한 예수운동에 적극 동참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의 근거로 예수가 △장애인의 요청이 있을 때 치유행위를 시작하고 △치유 행위 전에 ‘네가 낫기를 바라느냐’고 먼저 의사를 확인하고 △치유 뒤엔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했다’며 당사자의 믿음이 치유를 낳은 것임을 주지시키고 △한센병자의 경우 사제에게 치유되었음을 확인받게 해 사회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한 점 들을 들었다. 치유자가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강점을 중심으로 삼아 잠재역량과 자기회복력을 이끌어내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하고 일어서서 온전히 사회에 복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의 장애인사업은 선교적 목적을 위해서 또는 황금어장을 찾듯이 사업성이나 국가예산을 좇아 다니며 교회를 위한 도구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자선 위주의 편향된 교회의 장애인 사업은 예수 그리스도의 장애인관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인식에서 비롯된 만큼, 장애인을 영원히 시혜의 대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공급자 중심에서 장애인 당사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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