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남북 간 화해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현지시각) 바티칸 사도궁에서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의 예방을 받고 “한국인에게 평화와 형제간 화해라는 선물이 주어지길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는 단지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라 소매를 걷어붙이고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며 “그 미래는 개인, 공동체, 인민, 국가 간 분쟁을 거부하고 조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황은 “종교지도자들은 인류의 복지와 화해를 장려하도록 부름 받았다. 우리는 비폭력적인 평화의 언어로 공포와 증오를 야기하는 것들과 맞서야 한다”며 “여러분을 보니 아름다운 한국 땅으로 향했던 지난 순례길이 생각난다. 우리가 하나 되어 나아갈 힘을 주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종교지도자협의회 의장이자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해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 등 22명은 이날 낮 12시 20분부터 20분가량 교황을 예방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에게 국내 7대 종교 수장이 서명한 서한을 전달하며 한반도 긴장 상황을 설명했다.
종교지도자들은 교황에게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자수와 원불교, 천도교 등 민족종교의 영문판 안내서를 선물했다. 이에 교황은 천주교 성물인 메달을 답례품으로 건넸다. 메달에는 마태오 복음 25장 35절(‘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 따뜻이 맞아들였다.’)이 새겨져 있었다. 교황은 면담을 마친 뒤에는 몸소 문간에서 방문객을 배웅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평소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로부터 신앙이 전파된 한국 가톨릭의 특수성을 종종 언급하는 등 한국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바티칸시티=한국풀기자단, 조현 종교전문기자. 사진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