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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열린 선승 적명스님 가시다

등록 2019-12-26 13:12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선승중 한명으로 꼽혔던 경북 문경 봉암사의 적명스님이 24일 입적했다. 향년 80세. 적명스님은 24일 오후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봉암사 근처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이날 오전 90일 동안거 중 절반을 마친 반결제일을 맞아 모든 대중들이 바위산인 희양산에서도 험준한 관음봉에 등산을 했다. 적명 스님은 홀로 남았다가 실족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인은 조계종 비구 사찰 가운데 유일한 특별선원으로 일반 대중들의 출입을 금하고 100여명의 선승들이 참선만 하는 봉암사의 최고 어른이었다. 그러나 큰 어른을 뜻하는 ‘조실’추대도 마다하고 ‘수좌’로 있으며 선승들을 지도해왔다.

 1939년 제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20살에 ‘천진도인’으로 알려진 전남 나주 다보사 우화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는 20대 초반 한 수행승의 지도로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며 관(觀)하는 수행을 했다. 훗날 대승경전인 <능엄경>에서 ‘수행 과정에 나타나는 마장들’이 당시 관수행 때의 체험과 너무나 유사해 놀랐다고 한다. 그는 “관수행을 통해 천상 천하 극락 지옥을 모두 생시보다 더 생생하게 보고, 굉장한 희열감에 사로잡힌 체험의 자부심 때문에 범어사 동산 스님이나 통도사 경봉 스님 등 선지식들이 화두선을 하라는 부탁에도 귀에 담지않았다고 하다. 그런데 25살 때 토굴에서 정진할 당시 다 낡은 보조국사의 <절요>를 본뒤 ‘수행을 하려면 모름지기 활구참선을 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 ‘무(無)자’ 화두를 들기 시작했다.”

 그는 영축총림 통도사 선원장, 고불총림 백양사 선원장, 전국선원수좌회 공동 대표를 맡은 바 있다. 2007년부터는 조계종 종립선원인 봉암사 수좌로 지냈다. 봉암사는 선승들의 기가 세서 대체로 조실의 권위를 쉽게 인정하지않았다. 현 종정인 진제 스님도 봉암사 조실이었으나 견디지 못하고 물러나야했을 정도다. 그러나 적명 스님은 봉암사 대중들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았다. 또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단을 농단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또한 전통적인 화두선의 중진들이 화두선 이외의 불교 수행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데 반해 남방불교 전통의 세계적인 명상가인 아잔브람과 공개적인 대화에 응하는 등 늘 열린 자세를 보여왔다.

 그는 “이미 깨달음의 길에 들어섰다면, 물속에 떨어진 돌과 같이 끊임없이 한곳을 향해 갈 것이기 때문에, 깨달음에 목맬 필요도 없다”며 선승들에게 ‘봉암사에 3년만 살면 이마에 수좌라는 도장을 찍어주마’라고 말하곤 했다. 10분, 20분이라도 화두 일념이 순일해지는 체험을 하게 되면, 그 뒤부터는 어느 곳을 가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결코 향상하는 일로매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적명스님은 “수행의 궁극은 일체 중생과 털끝만큼의 차이도 없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내 욕망이 줄면 타인과 만생명과도 하나가 되어 행복해진다”고 말하곤 했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28일 오전 10시 봉암사에서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봉행된다. 봉암사는 전통에 따라 대중공양 희사 이외는 일체의 조화와 조의금은 사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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