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개막기도회장의 단상에 앉은 종교지도자들
개막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들
개막기도회장의 단상
‘그리스도인들의 유엔’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30일 세상 곳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눈물어린 목소리를 담은 기도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45분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돼 11월 8일까지 10일간의 일정에 돌입한 WCC 부산총회의 첫 공식행사인 개막기도회는`아프리카의 부르짖음과 소망'기도로 서막이 열렸다."아프리카가 간직했던 주님의 아름다운 형상은, 욕심 많은 자들이 자원을 빼앗아 가고, 공동체를 갈갈이 찢어발긴 경계선을 놓고 싸우는 동안에, 온통 일그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공동체들 간에도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서 강탈을 일삼았습니다. 여성과 소녀들을 주님의 형상으로 보지않고 성욕의 대상으로 여겨 괴롭혔습니다. 주님의 사람들의 한숨 소리에 주님의 탄식소리가 마주 울리듯, 강물은 말라 버리고, 호수가 범람하며, 목초는 할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폭행을 당하고, 또 당하고, 집단폭행까지 당해, 인생살이를 회복할 가망성마저 끊겨 버린 소녀와 여성들의 눈물과 신음 속에서 주님을 뵈옵니다”란 ‘아시아의 부르짖음과 소망 기도’가 이어졌다.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교단의 성직자와 신학자 등 4천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카리브,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북미, 태평양 등 각 지역별 ‘울부짖음과 소망 기도’를 이어갔다. `유럽의 울부짖음과 소망'에선 "인류의 진보과정을 대변한다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전쟁과 식민지 착취, 인종차별, 대량학살 등 죽음의 유산을 대표하는 무리들이라는 것을 자인합니다"라고 고백했다.
눈물의 몸기도
핵재앙을 상징하는 재 앞에서 몸기도
핵 재를 뒤집어쓴 채 몸기도
핵 재를 뒤집어쓴 채 울부짖은 몸기도
특히‘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답게 예배실에선 찬양과 기도 속에서 핵 폭발이나 전쟁,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춤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인‘몸 기도’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다. 이어 오후 2시15분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선 한국의 7대종단인 ‘이웃종교’대표들까지 초대되고 유진룡 문화관광체육부장관과 허남식 부산시장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개막식이 거행됐다. 개막식에서 대회장인 김삼환 목사는 “지구적 위기와 절망은 신을 저버린 인간 중심의 삶에서 온 것이다. 우리는 시대적 답을 찾고, 세계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WCC 오펠리아 오르테가 수아레스 목사가 키프러스와 브라질, 남아프리카, 피지에서 온 네명의 젊은이들을 단상에 불러내 소개했고, 이들은 전쟁과 갈등, 빈부 격차 등 각 지역의 문제 해결에 대한 기도를 요청했다. 이 중 한명으로 브라질 태생의 한인2세 경제학박사인 토마스 캉은 “아버지는 북한, 어머니는 남한 태생인데 두 고향은 분단됐다. 남미에선 부자와 빈자들로 분단돼 있다. 이런 세상의 분단들의 극복을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청했다. 이어 월터 알트만 WCC 중앙위 의장은 “우리가 모인 한국 국민은 분단 조국에서 지속적이고 정의로운 평화 없이 60년간 정전 상태로 살아왔다. 남북한 사람들과 함께 분단의 고통을 경험하길 원하며 통일을 갈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악연주를 비롯해 한국의 전통공연이 선보였다. 부산 총회는 31일부터 8500여명이 참여자들이 참여하는 본격적인 예배와 기도회, 성경공부, 주제별 전체회의, 에큐메니칼 좌담, 워크숍과 전시회, 에큐메니칼 신학원 등이 진행된다. 워크숍은 ‘당장 기후변화를 중지하라’,‘세계화의 위협과 도전’,‘다종교 사회인 유럽에서 사는 법 배우기’,‘인종차별을 종식하기 위해 원주민과 동행하기’,‘성에 관한 대화’,‘정의로운 평화와 폭력방지에 대한 책임’,‘원자력 발전에서 해방된 생명’,‘탐욕과의 싸움:정의를 가로막는 최대의 적’등 세상의 88가지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게 된다. 부산/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