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21대 국회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사진 장혜영 의원실
그리스도인들이 포괄절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며 ‘차별과 혐오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를 비롯한 기독교사회션교연대회의, 천주교인권회의, 한국기독교자교수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개신교와 천주교, 성공회 등 80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21대 국회의원들을 향해 △법 제정을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 △차별금지 사유 가운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문제 삼는 일부 세력의 반대를 두려워하지 말 것 △법 제정을 동의하고 지지하는 많은 그리스도인과 시민이 함께 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법 제정을 위해 앞장 설 것을 촉구했다.
또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도 △일부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의 원색적인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침묵은 중립이 아닌 동조가 될 수 있으며, △이 법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지지와 연대를 지금 표명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공동으로 오는 20~22일부터 이 선언문에 대한 개인과 단체, 기관 등의 연명을 받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응답자의 88.5%가 법제화에 찬성함에도 일부 근본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라는 차별 사유 조항을 두고 발발하고 있다”며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하면 잡아간다’와 같은 가짜뉴스에 근거해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그들은 그리스도교를 대표하지도 대변하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성경에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관습이 반영된 금지조항들이 있지만 관습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인데, 성경의 관습적 조항 대부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특정 조항만 문자적으로 취해 절대화하며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은 성경을 오독하고 오해하는 것”이라며 “소돔이 멸망한 것은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적대와 폭력 때문으로, 낯선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은 부족사회의 배타성과 폭력성이 파멸의 이유였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이어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악한 소돔 사람들이 폭행하러했던 타자를 무조건적으로 환대했고, 예수 그리스도는 유대사회가 율법을 이유로 차별하고 배제한 사회적 소수자의 친구가 되어주다가 당대의 종교권력, 정치권력으로부터 차별받고 혐오 당하고 끝내 처형당했다”면서 “혹독한 유대 율법과 잔혹한 로마법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예수께서 주신 ‘새로운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근본주의 집단의 원색적인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침묵은 중립이 아닌 동조일 수 있으며, 평등법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지지와 연대를 지금 표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불의와 불평등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역사 퇴행적 집단으로 몰락하고 말 것”이라며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평등법이 모두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사회적 안정장치가 되어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시 한국교회는 걸림돌이었는지, 디딤돌이었는지’ 물을 것이므로 훗날 차별과 혐오로부터 자유로워진 소수자들이 부끄러워하는 교회가 아니라 고마워하는 교회가 될 마지막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에는 NCCK 인권센터를 포함해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협의회, 청어람ARMC, 천주교인권위원회, 기독교청년운동그룹인 한국기독청년협의회(ECYK)·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한국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한국신학자그룹인 한국여성신학회·한국여신학자협의회·한국민중신학회 등이 참여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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