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사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비리와 갈등, 사랑의교회 메가처치 파문, 십자가를 진 주검…. 연일 ‘종교’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종교’에 대한 두 학자의 대담집이 나왔다.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북성재 펴냄)란 책이다.
대담자는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와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인문한국’(HK) 교수다. 오 교수는 베스트셀러인 <예수는 없다>와 <또다른 예수> 등으로 알려져 있다. 성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 재학시절 행정고시 수석을 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그는 권력기관이 아닌 문화관광체육부를 지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문화부에서 6년동안 일한 그가 공무원직을 버리고 선택한 것이 종교학이었다. 어린 시절 ‘신비 체험’을 했다는 성 교수가 전공한 것은 신비주의. 그러나 그가 간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누구도 그런 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그때 캐나다 대학에서 안식년을 맞은 오 교수가 한 학기 강의를 위해 그 앞에 나타났다. 구도자처럼 종교의 심층을 탐구했던 오 교수는 성 교수에게 ‘구원의 빛’이었다. 오 교수 역시 “내가 서울대에 간 것은 성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할 만큼 ‘공자가 안회를 만난 듯’ 행복해했다.
▲ 오강남 교수와 성해영 교수
그 뒤 성 교수는 오 교수의 추천으로 미국 라이스대학에 유학해 종교심리학과 신비주의를 연구하고 돌아왔다. 성 교수가 유학 중에도 사제는 매년 만났고, 드디어 심층적인 대담에 이르렀다.
지난 12일 한자리에서 만난 두 ‘신비학’ 교수에게 ‘신학이나 불교학도 아니고 사각지대인 종교학을 택해서 굶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신비하다’고 말하자, 곁에 있던 출판사 관계자가 둘 다 처복이 많단다. 오 교수의 아내는 캐나다 밴쿠버의 약사로 한인사회의 대모로 알려진 오유순 한인장학재단 이사장이다. 또 성 교수의 아내는 지난해 말 종영된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결혼해 주세요> 대본을 쓴 정유경 작가다.
하지만 둘은 “처복 본 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다만 ‘행복한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행복을 좇지는 않는다. 오 교수가 돌팔매질을 각오하고 문자주의에 빠져 ‘오직 믿음’만을 강조하는 표층종교를 비판하며 심층종교로 이끌고 있는 것도, 성 교수가 이에 가세한 것도 ‘종교가 세상에 짐이 되기보다는 세상의 빛이 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기독교적 배경에서 자라고, 그런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기독교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다. 두 사람은 “모든 종교 안엔 표층과 심층 차원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기독교건 불교건 표층 차원에만 머물면 오직 자기 것만이 옳다는 생각과 배타성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심층 차원에 이르면 모든 진리와 통하게 된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종교는 처음엔 심층 차원을 체험하신 분들로부터 시작되지만 차츰 심층적인 체험은 희석되고 교리와 가르침이 중요시되고 문자화되면서 (교리가)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되어버린다”면서 “나와 신이 하나라는 것, 또 나와 내 이웃이 하나라는 것, 더 나아가 모든 것과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심층 종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성 교수는 “사춘기에만 머물 수 없는 것처럼 표층과 심층이 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사춘기 학생이 부모와 자신의 이전 단계를 다 부정하고 자신의 현 상황만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것도 옳을 수 있다는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나아가면 그 종교와 그 사람은 심층에 가까이 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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