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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믿으면 축복받고 부자된다는 종교 가짜

등록 2008-11-12 10:54

생명평화의 길을 묻다-김경재 목사 즉문즉설 ‘개독교’라 비판받는 건 성직자 오만방자한 탓 아름다운 지구 체험하려면 이번 생으론 부족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마련한 ‘생명평화의 길을 묻다’ 는 즉문즉설에 법륜 스님에 이어 김경재 목사가 나섰다. 지난 6일 오후 6시30분부터 무려 3시간30분 동안 불꽃 같은 질문과 응답이 이어졌다. 김 목사는 강원용 목사가 설립한 크리스천아카데미 원장을 지냈으며. 씨알재단과 장공사업회 이사이자 한신대 명예교수이며 한신대를 명예퇴직한 뒤 신촌이화여대 후문 부근 김옥길기념관 지하에서 삭개오작은교회 목회를 하는 개신교계 대표적 지성의 한 명이다.   45억 년 세월이 얽혀 있는 하나의 생명나무   -김 목사에게 생명평화는 무엇인가.   =1969년 아폴로우주선이 달이 착륙한 직후 아폴로가 찍은 대형 사진을 어렵게 구해 내방에 걸어두었다. 그 사진을 보노라면 우주에서 좁쌀 같은 지구상에서도 티끌 같은 한 생명체에 불과한 사실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이해다툼을 벌인다. 6·25전쟁 때 군에 갔던 큰형이 전사해 유골함이 집에 왔다. 궁금해서 유골함을 몰래 열어봤더니 그 속에 한지에 싸인 한 숟가락의 하얀 뼛가루가 들어있었다. 형님의 사망 뒤 형수님이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도 모두 죽었다. 그로 인해 부모님이 평생 가슴앓이를 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쟁 때 형님만 따로 입관해 화장했을 리 없었다. 형님은 민족의 재단에 바쳐진 남북젊은이들의 뼈였고, 지구의 한줌 흙이었다.   지구는 하나의 생명이다. 우리는 45억년의 세월이 얽혀있는 하나의 생명나무로 자라고 있다. 개체로서 영이 자연으로 돌아가 살아간다. 그러나 기독교인으로서는 지구 생명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독교인의 영생관이 있다. 육신의 몸이 있듯이 영적 몸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생명이 개체이면서 전체이고, 빛이 빛이면서 파동이듯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4차원 5차원의 세계가 있다.  

함석헌 여성 스캔들, 성적 욕망 아닐 것   -왜 그렇게 자신을 숙이고 스승 장공 김재준과 신천 함석헌을 내세우는가.   =나는 실제 내세울 게 없어서다. 장공은 산 같은 선비로 내 삶의 스승이었고, 함옹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같은 분으로 시대의 중심을 관통한 분이다.   -함석헌을 존경하는데, 60이 넘어 일으킨 여성과의 스캔들을 대했을 때 존경심이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는가.   =함옹은 그 당시 한 인간으로서 스캔들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 잘못했다고 했다. 옥에도 한 티가 있지 않은가. 함옹의 제자인 김용준(고려대) 교수는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을 보아 좋았다’고 했는데, 그렇지는 않다하더라도 나에게 있어선 고난의 한복판에서 살았던 그 분의 흠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분이 성적인 욕망 때문에 그랬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함옹의 스캔들을 들은 다석(유영모)이 함옹이 강의중인 학교 강의실에 들어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호통을 치며 꾸지람을 했는데 그런 다석을 오히려 이해할 수 없고,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고 어린 아이처럼 고개를 숙인 채 온갖 꾸중을 그대로 듣고 있었던 함옹의 인격이 더욱 더 우러러 보였다.   -씨알사상과 고난철학을 어떻게 보는가.   =생명은 고난을 통해서 자란다. 고난을 면죄해주겠다는 것은 가짜다. 우리 종교에 들어오면 축복 받고 부자된다는 게 그렇다. 종교는 (고난을) 얼렁뚱땅 넘어가자는 게 아니다. 제대로 돌파하는 힘과 지혜를 얻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영 인디아>라는 잡지를 발행할 때 7가지 사회악을 적시했는데, 그 중 하나의 사회악을 ‘자기 희생이 없는 종교’로 보았다. 고난을 외면해 자기 희생이 없는 종교는 사회악이 될 뿐이다.   연애? 기다리지만 마라, 인생은 짧다…나는 도둑질도 해봐   -연애는 해봤는가.   =당연히 해봤다. 조숙해서 일찍 했다. 첫사랑은 영원히 간다. 기다릴 필요 없다. 인생은 짧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만 있지 마라. 실수를 해도 좋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큰다. 더구나 성직자라면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 나는 아르바이트 할 때 너무나 춥고 배가 고파서 주인집 쌀을 훔쳤다. 그래서 도둑질한 남을 쉽게 정죄할 수 없다.   -살아오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낀 적이 있는가.   =나는 유가의 교육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집안에서 아무도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고교 때 어느 날 무병을 앓는 것처럼 사로잡혀 기독교로 개종했다. 광주고 재학시절 그 때는 공부도 꽤 했는데 매주 무등산에 올라갔다. 억새밭에서 벌레우는 소리는 듣다보면 무언가 마음속에 물음이 생겨났다. 억새밭에서 우는 저 벌레가 나를 아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듯이 하나님이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네가 나를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니 너는 그리 살라는 것이었다. 보다 영원한 가치를 위해서. 당시 지리산 화엄사 계곡까지 가서 올라갔다. 무언가 마음에 끌리는 게 있어 홀랑 벗고 물 속에 들어갔다. 훗날 제대로 세례를 받긴 했지만 그것은 형식이었고, 지리산 계곡에 들어간 게 내겐 세례였다.  

일부 종교지도자들 ‘온통 내 세상’ 유혹 덫 걸려   -70년대 민주화운동에도 크게 기여한 기독교가 왜 ‘개독교’로 불리며 비판받게 됐는가.   =135년 전 야소교가 개화 물결을 타고 들어왔던 초기엔 개신교 인구가 10만명도 채 안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은 교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새로운 정신운동을 환영해 지역에 교회터를 닦으면 땅도 골라주고 흙도 날라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를 지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반대하기 일쑤다. 이렇게 복음이 능멸 당하고 천덕꾸러기가 된 적이 있었는가. 한국 사회 전체가 기독교 국가인 것처럼 오만방자한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기독교의 전도를 방해하고 있다. 여러분도 5만, 50만 명이 ‘당신이 최고’라고 칭송하며 둘러싸고 있다면 더할 것이다. 세상이 안 보이고, 온통 내 세상으로 생각될 것이다. 그것이 유혹이다. 그 유혹의 덫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한국 교회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그 유혹의 덫에 걸렸다.   -세계 폭력의 대부분이 기독교의 유일신앙 때문 아닌가.   =많은 기독교인들이 본질적으로 유일신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대부분이 실제는 반유일신관을 가지고 있다. 문화와 종교에 따라 부르는 것은 각양각색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 분 하나님임을 고백할 수 있다면 자기 종교와 자기 문화, 자기 철학만을 절대화하는 독선을 일삼을 수 없다.   창조론은 모순…신앙의 신념과 과학 혼동해서는 안돼   -이 지구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가.   =천상병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면서 귀천(歸天)을 노래했지만 나는 ‘나 다시 돌아오리라’라고 노래하고 싶다. 탐욕이나 억울함이 있어서가 아니다. 나이가 70이 되니 이제야 다양한 생명에 대해 눈이 떠진다. 꽃 하나 풀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천국조차 이 지구보다 더 아름다울 것 같지 않다. 이 지구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체험하려면 이번 생만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인간들이 고통 받는데 나 혼자 천국에 살아도 즐거울 것 같지 않다. 고통당하는 사람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성경의 창조론을 액면 그대로 믿는 이들을 어떻게 보는가.   =창세기 1장 2장을 유심히 봐라. 1장에선 하늘과 땅, 빛, 어둠, 물, 풀, 나무, 물고기를 모두 창조한 뒤 엿새 째 모든 동물과 함께 인간을 창조했다. 그런데 2장에선 사람은 있는데 아직 땅에 풀도 나무도 물도 없다고 나온다. 이성이 있다면 서로 다른 모순을 볼 수 있다. 성경은 과학교과서가 아니다. 종교적 진리를 보여주고, 영적인 진리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신앙의 신념과 과학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목사님의 저서 <아레오바고에서 들려오는 저소리>에선 바울을 위대한 인물로 평했는데, 다석의 제자 박영호 선생이 <잃어버린 예수>에서 사도 바울을 기독교를 독선에 빠지게 한 원흉으로 비판했다.   =바울이 유대교 시대와 그 문화의 아들이어서 율법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그 비판 취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바울은 그런 시시한 사람이 아니다. 불교에서 용수와 마명이 붓다의 진리를 왜곡해 교리화한 원흉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나로 전체를 속단해선 안 된다.         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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