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사진 조현
16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장실자에서 염수정 추기경(71)을 만났다. 염 추기경은 지난연말 사제의 현실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과 관련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주교구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미사’에서 박창신 신부가 강론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명동대성당 미사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는 일종의 의무지만, 사제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1.국정원과 기무사 등 국가기관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선거에 개입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말 발언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된 것인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두고 한 얘기가 아니었어요. (당시 발언의 진의는) 연평도에서 희생된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의 아픔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아픔을 같이해야 하니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발언과 같은) 그런 말은 삼가고, 편 가르기는 안된다는 거였다. 언론이 콘트라스트(대조)하는 거지, 난 그런 거 안 한다.
2.(보수) 언론들은 사제들의 국가기관 대선 개입 비판에 염 추기경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는가. =그건 신문들이 쓴거지 내가 한게 아니지 않는가. 자꾸 그런식으로 하는 것을 원치않는다.
3.대선은 언급한게 아니라고 봐도되느냐. =그거야 해석하기 따른 것이다.
4.사제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발언하고 참여하는 것이 사제들의 직접적인 정치개입인가. =그건 기자들이 해석할 문제고, 저는 그런식으로 얘기한 것이었다. 서로 선의를 가지면 일치하게 돼 있다. 우리 시대의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시성될 요한 23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연 분이다. 여러 공산권어 터키 파리 등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분이다. 후루시초프와 케네디가 쿠바 미사일 배치를 놓고 전쟁 위기 놓여있을 때 ‘우리시대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해야 한다’며 ‘지상의 평화’란 회칙을 냈다. 그렇게 진리와 정의와 자유와 사랑을 갖고 해나가야 한다. 그런 것은 유효한 것 아닌가.
5.가톨릭 행동이란 평신도모임이 진보적 추기경 서임을 위한 청원운동도 벌였는데.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가정에서나 어디서나 다 똑같을 수는 없다. 임용된 날이 주님의 세례 축일이다. 하느님 앞에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살아가도록 새롭게 태어나는게 세례성사를 받은 날이다. 하느님 앞에 네편 내편이 어디 있는가. 다 형제다. 그에 따라 흔쾌히 살아가는게 우리의 선이 아닌가.
6.가난한 교회가 되어야한다고 했는데. =하나님의 아들이 오실 때는, 하느님이란 자리도 내놓고,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왔다. 그런 모습이 정말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이다.
7.추기경 임명 뒤 첫 메시지를 갈등과 분열, 치유와 화해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자꾸 남보고 얘기하기보다는 나부터 살아야한다. 내가 죽어야한다. 남보고 자꾸 살라고 하고, 나는 그렇게 안살면 ‘너나 잘 살아’라고 한다. 얘기 자꾸하면 희화화한다. 실제 그렇게 사는거냐가 중요하다.
8.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 지역으로 많이 갈려져 있다. 적극적인 역할 기대할 것 같다. =각자 그렇게 살아야하는데 누가 대신해줄 수 없지않느냐. 예수님도 그렇게 돌아가셨는데. 마음이 열려있어야 되는게 아닌가.
9.그런식의 분열과 갈등 치유론에 대해 한쪽에선 현실적인 발언도 말고 조용해하라는 소리로 활용하고, 한쪽에선 불의와 부조리를 없애는게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길 아니냐고 한다. =각자가 선의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않은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느님을 부정하면 하느님을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럴수 없다. 하느님은 당신처럼 살기를 바란다. 출애급기에 ‘나는 있는자 그로다’라고 얘기했다. 인간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독립해서 있는자 그로서 살아갈려고 한다.
10.양떼들을 하나로 모은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본래 하느님 안에서. 원죄. 이것을 회복시키고 복원시키고 하느님 닮은 존재로 오신분이 구세주 그리스도다. 그분의 사명이 흩어진 사람들 다 불러모아서 하느님 앞으로 데리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사명이다. 저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 그런 사명이 있다. 하느님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인간다워지지않고 괴물다워진다. 가정 안에서도 아내나 아이들에 대해 폭력적이 되어간다. 하느님의 모습은 그게 아니다. 자기 아들 통해 불러 하나가 되고, 같이 있어주는데, 그렇게 다 못산다. 자기 웰빙 자기 만족을 위해 살면 다 잘되는 걸로 아는데, 그게 아니다. 나눠야 한다.
11.로마는 팍스로마나를 요구했다. 강압적으로 조용히하라고 했다. 예수님은 그런 강요된 평화를 깨신 분인데 추기경의 발언은 현실적인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지않느냐. =성서에 필레몬서를 보면 노예가 필레몬이란 세례받은 주인으로부터 도망와 바오로에게 왔다. 바오로는 노예에게 세례를 줘 하느님 자녀로 받아들이고 주인에게 다시돌려보내면서 ‘이제는 그를 그리스도안의 한 형제로 받아들여라’고 했다. 종으로 다시 돌려보내긴 했지만 이것이 로마의 노예제도를 바꾸는 큰 힘이 됐다. 그게 약한것인가. 로마시대의 노예제도를 그리스도인들이 바꾼 것이다.
12.추기경이 생각하는 리더쉽은.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 그 분 따라서 나도 하는 것이 내가 할 일 아닌가. 추기경이란 말도 문의 돌저귀다. 서로 소통할 수 있게 연결시키는 것이다. 지역교회가 세계교회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우리 교회 전체로 봐서는 교황님이 정말 최고의 목자이시니, 잘 연결시켜서, 서로 교회공동체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많이 발전됐지않느냐. 한국이 민주화도 많이 되니, 한국처럼 하고 싶은데가 많다. 또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많다. 그런 것이 남에게 전파되지않도록 우리 자신을 쇄신해서 갈수있도록 그런 역할을 해야하지않느냐.
13.사제가 된 계기는 =내가 동성중학교 다녔다. 형제들과 아랫목에 발 집어넣고 있을 때 소신학교 가서 신부될까 했더니 작은형이 좋아했다. 본당 신부가 작은형에게 신학교 신부되라고 하다가 내가 간다고 하니 자기 마음의 부담을 던 것 같더라. 어머니는 듣고만 있었다. 사제가 된게 내가 잘 나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1970년 사제가 되고, 막내 동생이 81년 사제 서품 받던 날 식사하고 있는데, 식사중 어머니가 ‘내가 하는 소원을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셨다’고 했다. ‘무슨 말씀이냐’고 여쭈니 나를 잉태해서부터 어머니께서 사제되기를 바랬다고 했다. 내가 서품 받기까지 38년간 그 서원을 품고 사신거다. 여자는 대단하다.그래서 내가 혼자 사는게 아니다. 내가 잘 난 맛에 사는 줄 알았는데, 옆에서 도와주고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사는거다. 참 어려운 때도 내 힘으로는 안되는데 결국은 도와준다. 그런 믿음과 신뢰, 그것을 갖고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