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엔 스승이 제자의 수행을 일대일로 점검해 잘못가지않도록 지도해주는 독참이란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런 전통이 사라져버렸다. 선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매년 여름과 겨울 3개월씩의 안거를 2천여명의 선승들이 하고있지만, 도무지 무슨 수행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조계종의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해 설립된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이 재가자들과 금강경강독법회를 통해 전통 참선문답의 수행을 되살려보겠다고 나섰다. 대승경전의 꽃인 <금강경>은 조계종의 소의경전, 즉 교과서격이다. 따라서 <금강경> 해설서만도 매년 십여종이 발간된다. 그 가운데 일감 스님이 쓴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민족사 펴냄)은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불교와 선(禪)이 어렵다는 인상을 가진 대중들이 많지만, 이 책은 중학생도 읽을수 있을만큼 유쾌하고 쉬워서다.
일감 스님의 독참 지도 모습은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방영된 적이 있다. 엠비시 티브이에서 2005년 ‘부처님 오신날’ 특집으로 <선(禪), 나를 깨치다>란 프로그램을 위해 재가 수련자들을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모아놓고 촬영할 때였다. 그는 ‘선(禪)을 보여주려면 선원의 선원장들을 설득해 독참 모습을 촬영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피디의 요구에 응한 선원장이 없었다. 피디는 일감 스님에게 그곳에 온 재가 수련자들과의 독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짧은 시간에 수련자들의 질문과 공격에 일감 스님이 응답해 질문자가 눈물을 흘리거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 장면이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당시 불교계 안팎에 큰 화제가 되었다.
그는 젊은시절 수행하면서 독참 혹은 상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대 방황하던중 성철 스님의 <자기를 바로 봅시다>란 책에 ’홀려’ 1989년 해인사로 출가했다고 한다. 그 때는 성철스님이 말년들어 더 이상 상좌(제자)를 받지않아서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융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원융 스님은 평생 해인사 선방을 지키다 지난 3월 입적했다. 일감스님은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수행정진하던중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서울에서 포교에 나섰다. 그러나 신자들과 자주 부딛히면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결국은 깨달음이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그 뒤 3년간 염불수행으로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자 지금까지 상대의 말을 그대로 듣지 못한 자신을 발견했다. 늘 내 생각과 편견으로 재편집하고 해석한 것을 상대의 말이라고 시비했다는 것을 알았다.“
드디어 상대의 말을 그대로 듣게된 뒤 그는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3년간 포교를 한뒤 출가본사인 해인사로 돌아가 포교국장을 1년반 하면서 재가자들의 해인사 여름수련회를 어느 때보다 활기 있기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그 뒤 금산사에 잠시 쉬러갔다가 당시 금산사 주지로 현재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에게 잡혀 금산사 금산사 템플스테이를 맡았다. 2009년은 스트레스를 받은 직장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던 때였다. 그는 금산사에서 일과 삶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해 ‘내비둬 콘서트’를 기획했다. 직장인들이 절에 와서 별다르게 하는 일 없이 대청마루에 편히 누워 책을 보거나 낮잠을 보다가 밤엔 차담을 하면서 삶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애초엔 60명만 오면 성공이라고 여긴 이 프로그램엔 100씩 조기 마감돼 4번이나 계속했을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는 2011년 도법 스님의 요청으로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등을 맡은 이후 총무원에서 마음고생이 적지않았다고 한다.
“대중공사를 공식화해 총무원에 대한 따가운 지적 등 다양한 소리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도록 노력했지만 대중들의 의견을 반영해 미래를 제대로 열지못한 부끄러움이 크다. 금강경 강독법회를 통해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미래불교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일감 스님은 참선문답은 강사가 답을 주는 방식이 되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즉 스스로 의문하고 이를 스스로 깨우쳐서 힘을 얻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강경>을 보더라도 부처님께서도 수보리가 ‘어떻게 하면 마음을 항복 받습니까’라고 질문을 한다. 참선문답을 통해 ‘수보리는 어째서 마음을 항복 받으려 했을까’라고 물으면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보통 사람의 경우엔 다른 사람의 항복을 받으려고하는데, 자기 마음을 항복받으려고 한다는 것은 이미 자신을 괴롭히는 욕망과 탐욕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만큼 비우기 어려운 게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항복 받는 법을 부처님께 여쭌 것이다.”
일감 스님은 “현재 한국 불교는 신비주의의 암호를 풀듯이 깨달음을 이야기하지만, 부처님의 깨달음은 결국 보편적인 상식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처님을 수보리의 물음에 ‘좋은 질문’이라고 하면서, 만약 마음을 항복 받으려고 한다면, 나를 나라거나, 남을 남이라고 생각하거나, 홀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한다. 왜 부처님은 나를 나라고 생각하면 어리석다고 했을까. 이 때 자연스럽게 삶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자식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부모가 아파 병원에 있으면 내 마음도 병원에 있게 된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나인 사람들이 있고, 이를 좀 더 넓혀 이 사회를 나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더 넓혀 나라를 나라고 여기는 애국지사들도 있다. 깨달은 이들은 세상을 나로 여긴다.이는 생각을 넓혀서 그런게 아니고, 사실이 그렇게 되어있다. 모두가 한순간도 단절돼 있지않고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를 모르고 남이라고 해코지하는 것이다.”
일감 스님은 통절히 깨달으면 이런 ‘보편적인 상식’을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금강경강독법회는 동안거 기간인 11월15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7~9시 서울 조계사 인근 두산위브 634호실 탄허강숙에서 열린다. 법회 동참자는 매일 집에서 108배와 <금강경> 1독을 한뒤 수행일지를 작성한 뒤 법회에 참석해야한다. 법회에서는 참선과 참선문답, 금강경 강독, 법문 순으로 진행된다. 법회 참석 신청은 (02)732-2403~4. 01040366680,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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