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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이태석 신부는 진주를 알아봤다

등록 2019-12-09 17:24

 아프리카 남수단 오지 톤즈에서 사제이자 의사이자 교사이자 아이들의 벗으로 살았던 고 이태석(1962~2010) 신부 선종 10주기(1월14일)를 한달여 앞둔 9일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회 본원에서 이 신부의 지인들이 모였다. 이 신부 추모사업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에서 지인들은 44만명이 관람해 종교인 다큐로서는 최대 관객을 끌었던 <울지마 톤즈>에서도 다 드러나지않은 일화들을 들려주었다.

 “태석이 형은 인제 의대를 졸업한 뒤 사제로 서원해 로마에서 살레시오대학을 마치고 아프리카 선교사로 갈 생각으로 1999년 케냐 나이로비에 머물고 있었다. 현지 신부의 안내로 오지 중 오지인 톤즈를 가보고 1주일동안 아무 말도 하기싫었다고 한다. 톤즈 사람들은 못살아도 너무 못살아서 어떤 상상으로도 상상해볼 수 없을만큼 가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에 왔다가 톤즈로 가겠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이 ‘왜 하필’이라고 묻자 ‘세상에서 제일 가난하잖아’라고 했다. 톤즈는 45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에 습기까지 많아 외지인들이 머물기가 너무도 어려운 곳이다. 그는 가난을 선택해서 톤즈로 갔다”(살레시오회 청소년사목위원장 김상윤 신부)

 특히 동료들은 이 신부를 ‘보석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이로 기억했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차별과 핍박의 대명사였다. 김 신부는 “태석이형의 부탁으로 톤즈 아이들에 사용할 악기를 콘테이너로 보냈는데, 태석이형도 클라리넷 정도만 불줄 알고 다른 악기는 다룰줄 몰라 교본을 보고 아이들에게 운지법만 알려주었는데, 아이들이 그늘에서 ‘빽빽’불어대더니, 감을 파악해 1주일만에 <사랑해 당신을> 합주로 연주하는 것을 보고, 태석이 형은 ‘이들의 피에는 악보가 흐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남수단에서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주요국 외무장관등이 모이는 수도에 이들을 환영할 밴드하나가 없어 오지인 톤즈의 밴드가 초청을 받게 됐다면서 ‘상윤아, 우리 아이들 지금 팬티만 입고 연주하고 있으니 얼른 밴드복 보내라’고 화급하게 연락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이태석위원회위원장 유명일 신부도 “이 신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이 아프리카 아이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않게 이 신부가 말년에 대장암 판정을 받고 귀국하며 데려온 3명 가운데 2명은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대를 졸업해 머지않아 톤즈에서 이 신부가 현지인들을 돌보던 치료소를 이을 예정이다. 또 한명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돌아가 내전으로 폐허가 된 남수단을 재건하는데 톡톡한 구실을 하고있다.

 
또 동료들은 “이 신부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무엇이든 했다”고 기억했다. 수도회 동기엔 백광현 신부는 “로마유학시절 주말엔 본당에 나가 아이들을 위해 광대옷을 입고 함께 했다”고 회고했다. 유 신부는 또 “일상의 절반은 농담과 장난으로 보냈을만큼 유쾌했던 성격이었다”고 이 신부를 기렸다. ‘이 신부선종 10주기 위원’인 전성우 <평화방송> 피디는 “이 신부의 나눔은 퍼주는 나눔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나눔이어서 참 좋은 나눔”이라고 전했다.

 이 신부 선종 10주기를 맞아 내년 1월 12일 광주 살레시오 중·고교 성당에서는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추모 미사가 봉헌된다. 미사 후 참례자들은 담양천주교공원묘역에 잠든 이 신부 묘소를 참배한다. 또 다른 순례단은 같은 달 11일부터 이태석 신부가 말년에 머물던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회 역사관, 양평 꼰벤뚜알수도원, 그가 의과대학을 다닌 부산 인제대, 고인의 생가 등을 차례로 순례한 뒤 추모미사에 합류한다.

 내년 1월에는 <울지마 톤즈>의 후속편도 개봉한다. <울지마 톤즈 2: 슈크란바바>라는 이름의 후속편은 전편에서 미처 담지 못한 고인의 인터뷰, 그의 마지막 모습,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회고담들이 소개된다. 이 신부의 전기는 이충렬 작가가 집필하며, 고인의 나눔 정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과 사진전도 열린다. 기일인 1월 14일엔 이 신부의 고향인 부산시 서구 톤즈문화공원에서 이태석 기념관이 개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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