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전쟁터에서 공격할 것인지 후퇴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11명의 장수들이 있었다." 심리학자 마리-루이스 폰 프란즈는 이런 중국의 전설을 소개하면서 이 이야기가 자신이 숫자를 다르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 장수들은 머리를 맞대로 장시간 토론한 끝에 투표를 하기로 했다. 3명은 공격을 원했고, 나머지 8명은 퇴각을 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공격했다. 왜? 3이 만장일치를 의미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서양과 동양에서 숫자가 얼마나 다르게 취급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서양에서 숫자는 하나하나 쌓여 점증적 합산이 된다. 즉 점점 작아지거나 커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각각의 숫자가 독특한 비중과 의미, 성질을 갖고 있다.
숫자에 신비한 의미들이 감춰져 있다고 생각한 마지막 서양인은 기원전 6세기에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다. 그는 숫자들은 신이 창조한 것이며 미(美), 조화, 음악, 사랑을 이루는 비결이라고 믿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는 한 대장장이가 망치질하는 소리를 듣다가 문득 모루에서 나오는 음악 같은 리듬을 들었고, 그 소리들이 길이가 다른 망치 때문에 생긴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는 바빌론에서 포로로 잡혀 감옥에 갇힌 후 신비로운 동방박사들(성탄절 이야기 속에서 아기 예수를 찾아냈던 현자들)에게서 이 사실을 배웠다고 한다.
수학자 하인리히 헤르츠는 피타고라스와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이 수학적 표현들이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 실체와 지능을 갖고 있다는 느낌, 그들이 우리보다 현명하고 심지어 그들을 발견한 자들보다도 현명하다는 느낌, 그리고 우리가 원래 그들 속에 담긴 것보다 많은 것들을 그들에게서 얻는다는 느낌, 그런 느낌에서 우린 벗어날 수가 없다."
숫자 놀이
아이들이 엄마에게만 주의를 집중하게 하면 해가 된다고 하는 한 소아과 상담의사의 믿지 못할 이론 때문에 집에서 내몰리는 영국 어린이들의 수: 약 5000명.
과거에 런던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사한 결과 섹스를 더 자주 하게 된 사람들의 비율: 41%
물속에 떨어뜨려 못 쓰게 되는 휴대전화기 수: 1년에 700만대.
<숫자로 보는 놀라운 세상 넘버스>(황소걸음 펴냄, 애니타 로딕· 데이비드 보일 지음, 지소철 옮김)에서
애니타 로딕=바디샵의 창업자. 바디샵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고, 출판사를 창업해 반전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으로 지구 곳곳을 누비면서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데이비드 보일=돈과 역사, 미래에 관한 책들을 집필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