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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우리에게 부는 행동을 위한 수단이지 자랑거리가 아니다."

등록 2013-05-02 23:08

아테네엔 플라톤의 아카데미,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 에피쿠로스의 정원, 스토아학파의 스토아 등 많은 학교가 있었다. 아테네인들은 이런 학교들만이 아니라 아테네 자체가 모든 도시국가들의 모델이 될 만한 '그리스의 학교'라고 주장했다.

플라톤이나 크세노폰은 스승 소크라테스가 공포정치 뒤에 등장한 민주정에 의해 사형 당하자 민주주의에 대해 환멸을 나타냈지만, 아테네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현재 아테네 시내의 모습

아테네인들은 아테네가 이집트보다 1000년 앞선 기원전 9600년 전 아테나 여신에 의해 세워져 법과 제도가 정비됐다고 주장한다. 국수주의적 이 주장도 자긍심의 표출로 볼 수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과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엔 전사자들을 위한 소크라테스와 페리클레스의 추도연설이 등장한다. 둘의 연설문은 모두 창녀 아스파시아로부터 원문을 받은 때문인지 아주 유사하다. 소크라테스의 연설이다.

"다른 나라마냥, 약자나 빈자거나 부모가 유명하지 못하다고 해서 아무도 쫓겨나지 않고, 그 반대라고 해서 존경 받지도 않는다. 권력을 가질만큼 현명하거나 훌륭한지 여부만 기준이 된다.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났기에 법적 평등을 강제하고 있고, 덕과 사려에서 나오는 명성 이외의 다른 어떤 것 때문에 서로에게 복종하는 그런 일이 없게끔 만들어놓았다."

또 페리클레스도 유사한 자랑을 열거한 뒤 주로 스파르타와 비교해 아테네의 장점을 이렇게 연설한다.

"우리는 억압받는 자를 보호하는 법을 어기는 것을 치욕으로 간주한다. 교육체계도 남다르다. 스파르타인들은 어릴 적부터 용기를 북돋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지만, 우리는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면서도 그들 못지않게 위험에 맞설 각오가 되어 있다. 우리는 고상한 것을 사랑하면서도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으며, 지혜를 사랑하면서도 문약하지 않다. 우리에게 부는 행동을 위한 수단이지 자랑거리가 아니다. 정치가들은 가사도 돌보고 공적인 업무도 처리하며, 주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정치에 무식하지 않다. 무지하고 용감하기만 한 다른 국가 백성들과 달리 모험심이 강하면서도 사전에 심사숙고할 능력이 있다. 시민 개개인은 인생의 다양한 분야에서 유희하듯 우아하게 자신만의 특질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 따라서 우리 도시 전체가 '그리스의 학교'다."

그리스 철학은 국가를 위해 개인을 총동원하는 국가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성공이 별개일 수는 없다. 내적인 수행이 우선이냐, 외적인 제도 개혁이 먼저냐는 논의는 불필요하다. 둘 다 중요하다. 아테네는 둘을 함께 성취했다. 그들의 창조력은 놀라웠다. 아이, 이방인, 여성, 해방노예, 노예들을 제외하고 불과 3만 명의 시민이 이룬 정치, 철학, 문학, 예술의 금자탑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광희로도 덮을 수 없을 만큼 찬란했다.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10장 매력남 소크라테스의 숲'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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