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게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뻐도 너무 흥분하지 말며 슬퍼도 너무 함몰하지 말라 합니다. 왜냐면 흐르는 세월 앞에 모든 것들은 다 퇴색되고 잊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인생이 허무하다’며 허무주의에 빠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격언에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그걸 모른다면 허무주의에 빠져버리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 숨은 뜻이란, 우리의 인식 구조는 다 상대성에 근거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것’이 있다면 지나가는 것을 있게 하는, 지나가지 않고 고정불변된 것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기차가 달리려면 달리지 않는 땅에 근거해야 한다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지나가는 것’이 있다는 건 반드시 ‘지나가지 않는 것’을 짝으로 하고 있다는 진실을 봐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만 따라가지 않고 이 말에 숨은 더 깊고 심오한 뜻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지나가지 않는, 진실하고 항상 있는 것’일까요? 반야심경은 ‘조견 오온개공함을 통해 일체고액을 건너가는 진실’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바로 ‘모든 게 공하다’는 뜻과 다를 바가 없지요.
반야심경은 ‘일체개공을 보면 진실한 진리의 자리를 본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공’만 또 따라가면서 ‘비었다’는 뜻만 되새깁니다. 그럼으로써 ‘공하다는 인식활동을 넘어서 있는 본성의 자리’를 놓치고 맙니다.
우리는 ‘공’하다는 인식조차 이미 분별임을 보아야 합니다. 공을 공하다고 이해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공이 아니라 당신이 만들어낸 정신적 내용물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즉 금강경의 말씀대로 ‘공은 다만 이름이 공일 뿐’임을 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럴 때 우리는 모든 인식분별활동을 있게 하는 참다운 자기자신(참나) 즉 본래 면목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지나가지 않는 항상 된 것’인 진리입니다.
글 김연수(명상가·피올라마음학교 교장·한양특허법인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