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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마음의 사유지’ 잘 가꾸자, 건강한 나를 위해

등록 2022-10-26 07:00수정 2022-10-26 09:28

빛깔 있는 이야기
픽사베이
픽사베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여덟달이 넘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국경이 있는데 러시아는 넘어서는 안 되는 나라 간의 경계를 침범한 것이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독립된 나라로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러시아의 일부로 생각한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는 자기애적 증후군이다. 자기애는 타자를 자기와 구분되는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소유나 지배,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대인 관계에도 경계선이 있는데, 이를 ‘자아 경계’(ego-boundary)라고 한다. 자아의 경계는 타인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몸과 물질, 감정이나 욕구, 생각, 가치관과 신념 등으로 구성되는 마음의 사유지다. 자아 경계가 허약하고 자아의 힘이 약하면 자기 정체성이 약하고 자기를 존중하는 감각이 부족해서 타자로부터 침범을 당할 수 있다. 그 타자가 가까운 가족, 친구, 동료일 수도 있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조직 속의 정치·경제·종교·문화적 권력자들일 수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심리적 고통을 받는 이들 대부분 허약한 자아 경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 부족으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안이 높아 외부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는다. 타인의 요구나 기대에 자신을 맞추고 그들의 부정적 감정과 평가, 비난, 거짓 정보 등을 걸러내지 못하고 다 받아들인다. 상대가 화를 낼까 혹은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것도 거절하지 못한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원하는 것이 있어도 타인이 싫어할까 두려워서 말하지 못한다. 자기의 판단과 의견이 있지만, 맞는지 틀리는지 의심이 들고 자신감이 부족해서 타인의 의견을 따라간다. 결과적으로 자기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피해의식이 생긴다. 이런 과정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무력감과 우울감, 억울함과 분노, 불안 혹은 몸의 질병으로 이어져 고통스러워지기 쉽다.

‘자아의 경계와 인간관계’를 주제로 저술해온 찰스 휫필드는 건강한 자아의 경계를 면역 체계가 강한 사람의 건강한 세포막에 비유한다. 면역 체계가 건강한 세포막은 반투과적(semi-permeable)이다. 반투과적인 세포는 세포 밖의 양분과 독을 구분할 수 있고, 몸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통과시키나 몸에 해가 되는 독은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양분이 되는 것과 독이 되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그러한 감각은 자기 몸과 감정, 그리고 욕구 등을 자각하는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몸을 돌보고 감정을 자각하며, 몸과 감정, 욕구를 내면의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매일 ‘해야 할 일’들만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들을 목록화해보고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 또한 자기를 거부하고 비난하는 부정적 생각의 과정을 자각하고 그 생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다. 이러한 내적 훈련을 꾸준히 함으로써 튼튼한 자아의 경계를 세우고 자신의 내적 사유지를 확보할 수 있다. 튼튼한 자아의 경계를 발달시키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데에 필수적인 일이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자신의 중심을 잡고 자신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보호하며 존중하는 일이다.

신선미(가톨릭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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