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홍매화가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천년 고찰 통도사 경내에 탐스레 꽃을 피웠다. 영축산 자락의 이 사찰은 신라시대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그 때문에 영각 앞뜰에 자리잡은 이 홍매화는 그를 기려 ‘자장매’라고도 불린다. 수령 350여년의 이 꽃나무가 차라리 올해 꽃을 안 피웠다면 모를까, 봄을 맞아 다시 꽃을 피웠다는 소식이 뭐 그리 특별할까. 하나 따스한 햇살에 말랑해진 마음으로 심드렁한 시선을 거둬, 다시 한번 임의 얼굴 들여다보듯 정성스레 꽃을 들여다본다. 유리 위에 떨어뜨린 물방울을 비추어보니 그 안에 반짝이는 세상이 보인다. 여느 해보다 더욱 춥고 길었던 겨울은 이제 힘을 잃었구나. 고매한 매화 향기가 외치는 듯하다. 새봄이 왔다.
양산/이정아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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