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김황식 서울시장 경선후보는 “서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행정전문가가 시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라는 자리는 시민운동가의 실험장이 돼서도 안되고 정치가의 정치적 발판으로 활용돼서도 안된다. 알뜰하고 실속있게 시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 그 점에서 제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라고 주장했다. 김황식 후보는 서울시장에 대해 “선거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에 정치인의 요소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행정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와 선거의 세계로 나섰다. 어떤가.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보다 힘든 점도 있지만 재미도 있다.”
-출마를 결심했을 때 가족은 흔쾌히 찬성했나.
“가족들의 반대가 많았다. 아내, 딸, 아들 모두 반대했다. 제 자신도 고민이 많았다.”
-존경받는 원로로 남을 수 있었는데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출마한 이유는 뭔가.
“사회 원로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은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사회와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가 많았다.”
-한강주변 경관 개선 방안으로 한강변에 50층 안팎의 초고층 건물을 허용해 한강 스카이 라인을 재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오히려 경관이 나빠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같은 용적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건물이 높아지는 대신 건축물이 차지하는 땅은 줄어들게 된다. 줄어든 공간을 공공 용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의 병풍과 같은 아파트군이 사라지고 높은 곳과 낮은 곳이 병존하면서 지금의 획일적 스카이라인이 다양해질 것이다.”
-강남북 격차 해소를 위해 강북에 도심 공항터미널을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역에 공항터미널이 설치돼 있고 서울 곳곳에 공항리무진이 다니는데 효과가 있을까.
“하나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강남고속터미널과 같은 백화점, 컨벤션 센터,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시설을 강북에 여러 곳 만들겠다는 거다. 강북에는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몰린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강북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시청과 강남을 연결하는 지하철을 놓겠다고 했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히려 강남 시민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닌가.
“같은 이야기지만 ‘강남-시청’이 아니라 ‘시청-강남’을 연결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시청에서 강남을 가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이 불편하게 조성돼 있다. 강남북을 하나의 서울로 발전시키기 위해 단시간에 연결할 수 있는 지하철 노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양, 파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강남 시민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민간자본을 활용하고 국비를 지원받으면 1년에 1000억원의 시재정만 투입하면 할 수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 멸실을 불러 전세난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물론 연한이 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일시에 재건축 사업을 벌이면 전세난, 월세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후도 등을 심사해서 단계적, 점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전세난을 막을 수 있고 주거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단계적으로 해 나갈 생각이다.”
-복지공약으로 권역별로 남는 땅(유휴부지)을 활용해 어르신 웰빙타운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만한 유휴부지가 서울에 있나.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부지와 사용하지 않는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서울에 5개 권역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장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시청-강남’ 지하철 연결 구상은
강남특혜 아닌 고른 발전 위한것
출발 늦어 여론조사 뒤지지만
내 능력 알리면 충분히 역전
박원순 시장, 뉴타운 등 갈등 키워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세는 훌륭
-박원순 시장을 평가해달라. 가장 잘못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 가지로 얘기하겠다. 첫째,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과 대립을 부추겼다. 무상보육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모든 책임을 중앙정부로 돌렸다. 뉴타운·재개발 지구를 재검토하면서 주민들을 찬성·반대파로 분열시켰다. 둘째, 법령보다 강화된 지침이나 조례로 규제를 강화해 서울이 경제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했다. 셋째, 시장으로서 미래를 향한 비전을 시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이 잘한 점을 꼽아달라.
“다양한 시민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려고 한 자세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시정을 전체 서울시민보다 박원순 시장과 뜻이 맞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온다. 역전할 수 있을까.
“출발이 늦은만큼 조금 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의 능력을 충실히 알리고 본선 경쟁력을 부각시키면 충분히 역전도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기춘 비서실장과 따로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 일이 있나.
“없다.”
-1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친박인지 아닌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이유는 뭔가.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도운 분들을 친박이라고 하면 저는 친박이 아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출마를 권유했고, 내가 박근혜 정부와 잘 협력해서 시정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정몽준 후보나 이혜훈 후보보다 내가 더 친박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뭘까.
“외교나 국방에서 국민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 원칙을 세우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는 점에서다. 또 애국심과 통일에 대한 열망도 국민들이 충분히 공감을 하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안에도 비판이 있다.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오해든 아니든 국민들에게 편중인사로 보여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이 어느 시점이 아니라 임기 전체를 놓고 인사에 대해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께서도 그런 지적을 충분히 감안해서 인사를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김한길 대표를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안철수 현상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해 느끼는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안 대표께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나 행태를 못 보여준 것 같다. 국민들의 기대도 줄어든 것 같다. 김한길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기초공천 폐지를 매개로 통합을 했는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존 정치구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킨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해산할 상황이라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나.
“6개월 가량 독일에서 공부하고 연말에 귀국했을 때 여야가 극한 대립 상황이었다. 해법이 없냐고 질문을 하길래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라’고 이야기 한 뒤 한 마디 덧붙였다. 헌법에 국회해산 제도가 있으면 해산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당장 해산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여야가 타협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가까운 정치인들이 있나.
“많지 않다. 고향 선후배나 학교 동창 가운데 자연스럽게 친해진 분들이 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학 동기동창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관련영상] [THE인터뷰]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