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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야당,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라

등록 2014-07-31 18:29

3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져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될 때만 해도 유권자의 기대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관록과 전통에 새정치연합의 참신함이 합쳐져 새로운 야당 상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나타난 모습은 반대였다. 시너지 효과가 아니라 각자의 단점인 ‘무능함과 아마추어리즘’이 결합한 지리멸렬한 야당이었다. 야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로 기록될 7·30 재보궐선거 결과는 이런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가혹한 심판이었다.

‘새누리당도 싫지만 야당은 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정서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다운 선명성이나 치열함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참신함과 전문성도, 민심을 끌어당기는 섬세하고 치밀한 전략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이명박 정권 때부터 줄곧 실패를 거듭해온 ‘정권 심판론’의 낡은 구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판 전체를 아우르는 의제나 담론 하나 변변히 내놓지 못한 정당에 유권자들이 표를 줄 리 없다. 여기다 밀실공천, 수첩공천, 돌려막기 공천은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결국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는 4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야당은 이제 선거 패배의 폐허 위에서, 그것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딱한 처지에 놓였다.

야당은 우선 ‘질서있는 혁신’ 따위의 생각부터 접는 게 좋을 듯하다. 어차피 상당기간 혼돈은 불가피하다. 그것을 무의미한 혼돈이 아니라 창조적 혼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야당의 숙제다. 피를 흘려가며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오히려 안온하게 말로만 혁신을 외치는 것보다 백번 낫다. 다만 개인이나 계파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지 않는 싸움의 자세는 견지해야 한다. 어차피 앞으로 1년8개월가량은 큰 선거도 없다. 이 기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워서 야당에 걸맞은 진보적 담론을 세우고,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야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

미래 리더십의 창출은 야당의 당면한 과제다. 식상한 인물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오히려 야당의 부활을 방해할 뿐이다. 이제 돌려막기식 인사로 야당을 재건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야권의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손학규 상임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의 정계은퇴는 단순히 한 개인의 쓸쓸한 퇴장이 아니라, 야당이 새로운 인물을 키우고 새로운 인물들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나가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 젊고 새로운 세력에 의한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수권정당의 꿈은 더욱 멀어져갈 뿐이다.

야권 재편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는 2016년 총선에서는 더 이상 급조된 후보단일화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물론 서울 동작을의 선거 패배로 당분간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의 야권 재편 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똑같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 분명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야당의 환골탈태, 강력한 새로운 야당의 건설은 단지 야당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앞날을 위해서도 절체절명의 과제다. 야당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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