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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두부, 자두, 동네 고양이들의 참혹한 죽음은 남 일이 아니다

등록 2022-02-08 10:59수정 2022-02-08 14:10

[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설 연휴 앞두고 창원서 벌어진 어린 고양이 살인사건
3년 전 ‘경의선 자두사건’과 흡사…왜 잔혹범죄 계속되나
두부네 가족이 두부를 만난 처음 만난 날 찍은 사진. 두부는 가족과 손님들에게도 잘 다가오는 친근한 고양이였다.
두부네 가족이 두부를 만난 처음 만난 날 찍은 사진. 두부는 가족과 손님들에게도 잘 다가오는 친근한 고양이였다.

‘두부’는 한 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였다. 먹이를 찾아 헤매던 어린 시절, 한 두부집 앞을 찾아갔고 두부집 사장님 부부는 그 어린 고양이를 가엽게 여겨 가족으로 맞아줬다고 한다. 두부의 이름도 가게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두부는 식당을 거점으로 생활하며 아픈 곳 없이 건강히 자라주었다. 두부를 아껴주는 손님과 이웃들이 늘어났고, 두부는 깨끗한 담요가 깔린 자신만의 집에서 잠들고 일어나며 천진난만한 일상을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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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고양이

지난 1월 26일, 경남 창원에서 고양이 두부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두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20대 남성이었다. 그는 식당 앞에 있던 두부의 꼬리를 잡고 휘둘러 내리쳐 죽였다. 두부의 비명을 들은 식당 손님이 뛰쳐나와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 두부가 비명을 지르고 있음에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양이를 수차례 바닥에 내리쳤다고 했다. 목격자가 소리를 질렀을 때에야 그는 두부의 사체를 바닥에 버리고 사라졌다.
(※주의: 동물의 사체, 잔혹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라에 연락을 준 제보자는 평소 두부를 잘 알던 사람이었다. 두부에게 주기 위해 고양이 간식을 사러 20분 정도 자리를 비운 뒤 다시 가게 앞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온 사방에 튄 핏자국을 목격했다. 주차되어 있던 차량은 물론이고 건물 2층까지 피가 튀어 있었다. 저녁 7시 30분경, 사람이 많이 다니고 밝은 음식점 거리 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두부의 사체. 20대 남성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식당 앞에서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바닥에 수차례 내리쳐 두부를 죽였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두부의 사체. 20대 남성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식당 앞에서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바닥에 수차례 내리쳐 두부를 죽였다.

사건을 접한 것은 설 연휴 전날인 1월28일이었다. 카라는 제보자, 두부 보호자와 소통을 시작하는 한편, 고양이의 사체를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사건 현장에 나온 경찰은 고양이의 사체를 지자체에 신고해 보냈다는데, 고양이 사체의 부검 결과가 동물학대의 주요 증거물로 쓰일 수 있기에 두부의 사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지인 창원에서 동물의 사체 수거를 담당하고 있는 창원시 자원순환과는 해당 사건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동물학대 사건인 경우에는 경찰에서 사체를 수거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경찰에게 문의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제는 경찰이 ‘동물학대 사건이 명확하기 때문에 사체가 필요치 않다’며 로드킬 사체를 처리하듯 두부의 사체의 수거를 요청했고, 때문에 두부의 사체를 찾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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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자두 사건’과 닮은 꼴

경찰은 1월26일 사건 발생 신고 이후에도 며칠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이틀 뒤, 카라에서 청와대 국민청원과 민원을 진행하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재명 대선 후보까지 적극 수사의 필요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자 빠른 수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2월1일, 경찰은 탐문 수사 중 용의자 인상착의 등을 통해 범인을 특정해 검거했다.

두부가 살해된 현장에 남아있던 핏자국들. 사방에 튄 핏자국들은 그날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두부가 살해된 현장에 남아있던 핏자국들. 사방에 튄 핏자국들은 그날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두부 살해사건은 3년 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있었던 ‘자두 사건’과 몹시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둘 모두 보호자가 있던 고양이였고, 사람을 사랑했으며, 그래서 손쉽게 범인의 손에 잡혔고 무참히 살해당했다. 고양이를 죽인 그 수법까지 동일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현장을 다루는 경찰의 전문성 수준도 거의 똑 닮아 있다.

자두 사건 당시에도 동물학대에 대한 전문성 있는 전담 조직 설립과 경찰과의 공조 강화에 대한 필요성은 강하게 제기됐었다. 반려동물이나 유실·유기동물이 증가하면서 동물 관련 범죄가 증가했고, 범죄 행위의 양태나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의 법적 기준은 다른 나라와 유사하지만, 처벌이 미약한 국내 실정은 국민의 동물권 인식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3년 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자두 학대사건’은 학대자에게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3년 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자두 학대사건’은 학대자에게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때문에 동물학대 사건을 조사하고 담당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요구사항이었다. 동물범죄와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담기관을 설립해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수사를 지원하고, 동물보호 업무에 정통한 공무원을 확보해 행정을 돕는 것이다.

아동복지법에서 아동복지 관련 정책과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중앙정부는 ‘아동권리보장원’, 지자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립하도록 규정한 것과 같이 동물을 위한 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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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지났지만 바뀐 게 없다

하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경찰은 여전히 중요한 동물학대 증거인 동물의 사체를 로드킬 된 동물과 동일하게 소각 처리하도록 했고, 미온적인 태도로 학대 사건을 대했다. 동물 범죄를 다루는 것은 어느 한 부처의 역할이 아니라 사법‧수사‧행정기관 등 모든 관련 기관의 긴밀하고 선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번에도 범죄 현장 어디에도 ‘전문성’은 없었다. 그 때의 요구사항을 지금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몹시 실망스럽고 지치는 일이다.

두부의 숨숨집에 바친 대국 꽃다발. 두부의 숨숨집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두부의 숨숨집에 바친 대국 꽃다발. 두부의 숨숨집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흰 대국화 세 송이를 들고 찾아간 두부네 집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핏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두부가 살해됐던 그 날, 식당 식구들이 울면서 핏자국을 지웠다고 했지만 끝내 지우지 못한 흔적들이었다. 핏자국은 두부가 편하게 쓰곤 했던 ‘숨숨집’ 위에도 남아 있었다.

꽃을 놓고 명복을 빌면서도 한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두부뿐 아니라 3년 전 목숨을 잃은 자두와, 우리가 돌보는 길고양이들과 길을 걸을 때 마주치곤 하던 동네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이 동물들은 언제든 다치거나 살해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동물 범죄를 대하는 사회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을 죽일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온라인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동물을 죽여 관심을 받는 것이 자신의 가치인 양 인터넷에 올리며 약자의 죽음을 전시하고, 허황된 논리로 자신의 학대를 정당화 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혐오의 희생양이 된 생명들을 위해 국화를 바치고 무력한 애도만 반복해야 하는 건가.

평소 식당에 오던 손님들을 반기던 두부의 생전 모습(왼쪽).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두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평소 식당에 오던 손님들을 반기던 두부의 생전 모습(왼쪽).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두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두부를 살해한 남성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도 사건 경위와 추가 범행 등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은 범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창원지방법원 곽희두 부장판사는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하루만에 영장을 기각했다. 그로서 두부를 죽인 남성은 다시 풀려났다. 그리고 그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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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애도만 해야 하나

지난 2019년 11월 자두 살해범에게는 6개월의 실형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살해범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피고인에게서 생명존중을 찾아볼 수 없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 이로 인해 자두의 보호자가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것을 양형 사유로 밝혔다. 부디 두부를 살해한 이에게도 반드시 실형이 내려지길 빈다.

동물학대 행위의 강력한 처벌로 연약한 동물을 무참히 살해하는 폭력과 범죄의 악순환이 끊어지길 바란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지적했듯,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는 동물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동물학대를 대하는 국가의 인식이 제고되어야 할 큰 이유기도 하다.

글 김나연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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