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에는 상처를 신속하게 아물게 하고 나쁜 세균을 죽이는 항생물질이 포함돼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36년차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임기자에게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해 ‘깨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홍섭스 애피랩’ 전문은 애피레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
Q 댕기자가 묻습니다
선배님, 제가 요새 집사와의 갈등을 자주 상담해서 죄송한뎁쇼. 집사란 사람이 자꾸 제가 몸 좀 핥고 있으면 그렇게 뭐라고 잔소리를 하지 말입니다. 근데 저는 산책 갔다가 발도 좀 까진 것도 같고, 몸에 상처가 나면 핥고 싶단 말입니닷! 가만 보면 저 뿐 아니라 고양이도 상처를 핥고 인간도 핥던데, 왜 동물들은 상처가 나면 본능적으로 침을 바르는 걸까요?
A 조기자가 답합니다
약간 항의성 질문 같기도 한데. 왜 사람도 핥으면서 하지말라고 하냐는 거지? 맞아, 솔직히 말하면 인간도 상처 나면 나도 모르게 침을 바르게 돼. 상처가 났을 때 핥는 행동은 사람 말고도 개와 고양이, 쥐, 말, 영장류 등에서 나타나는데 심지어 개미도 그래.
왜 책상 모서리에 팔꿈치가 닿거나 돌부리를 찬 다음에 아픈 부위를 손으로 문지르잖아. 상처 핥기는 그런 반사 동작과 비슷해. 무엇보다 자극과 통증을 완화하고 마음을 진정하는 효과가 있지. 상처에 남은 큰 불순물을 제거하고 피부 조각 등을 제거하기도 해.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침에 의한 치료 효과야. 침 속에 상처가 덧나지 않고 빨리 아물도록 돕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그런 행동이 진화하지 않았을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치의학자인 폴 데니 등이 2008년 쓴 논문을 보면 사람 침에는 무려 1166종의 단백질이 들어있대. 이들이 구강과 이의 건강에 직간접으로 기여 한다는 거지. 음식 씹으며 딴 생각하다 볼을 씹은 적 있지? 아프긴 해도 이튿날이면 멀쩡해져. 피부 상처보단 빨리 아문 기억이 날 꺼야.
사실 입속 상처를 신속하게 아물게 하고 나쁜 세균을 죽이는 항생물질이 침 속에 들어있어. 예컨대 침에 들어있는 조직인자는 혈액 응고를 촉진하고 다양한 성장인자는 상처의 빠른 치유를 돕지. 또 리소자임 효소는 나쁜 세균을 죽여. 눈물에도 비슷한 물질이 들어있다고 해.
개는 어떻냐고? 크게 다르지 않아. 개 침에서도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이고 면역 향상과 세포 성장을 돕는 단백질이 발견됐어. 하지만 이런 행동엔 부작용이 따라. 열심히 핥기 전에 이것도 한 번 고려해보라구.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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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김지숙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