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드라마 ‘장미맨션’이 길고양이 학대 장면을 잔혹하게 묘사해 논란을 빚고 있다. 드라마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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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드라마 ‘장미맨션’이 길고양이 학대 장면을 사과한 가운데 동물보호단체가 제작진의 해명을 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드라마 ‘장미맨션’ 4회차 장면 촬영에 동원된 것은 살아있는 고양이였다. 다른 연출을 통해 충분히 내용 전달이 가능함에도 굳이 살아있는 동물을 동원해 자극적인 장면을 제작한 것은 동물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동물의 학대, 잔혹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장미맨션’은 지난 13일 4회차에 길고양이가 남성에게 붙잡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문제의 장면은 사람을 살해한 전과가 있는 한 남성이 빗속에 길고양이의 목덜미를 움켜쥔 채 칼로 수차례 고양이를 찌르고 살해하는 모습을 그렸다. 고양이는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 쳐 보지만 잠시 뒤 ‘퍽, 퍽’ 하는 효과음과 함께 살해당한다.
문제의 장면에서 고양이는 빗물에 젖은 채 목덜미가 잡혀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드라마 화면 갈무리
18일 카라가 해당 장면의
촬영 방식과 묘사를 문제 제기하자 ‘장미맨션’ 제작진은 이날 밤 티빙 공식 에스엔에스(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고 4회차 서비스를 중단했다. 제작진은 사과문에서 “촬영 전 대본과 콘티를 확인 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은 동물 없이 촬영하도록 조정했다. 일부 장면은 기술적 한계로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훈련된 고양이를 동물 촬영 업체를 통해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동물 촬영 장면은 전문업체를 통해 동물 전문가 입회 하에 진행하였고,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고양이 보호 장비를 준비해 긴장감 완화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외 장면에서도 실제 가학행위는 없이 간접적 묘사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18일 밤 ‘장미맨션’ 제작진은 티빙 공식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회차의 방영을 중단했다. 오른쪽은 당시 장면에 출연했던 고양이의 모습. SNS 갈무리
그러나 카라는 제작진의 해명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며, 구체적인 항목을 들어 반박했다. 단체는 주로 △인도적 방식의 훈련 △동물 가학행위 △ 전문가 입회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제작진이 진정성 없는 추상적인 입장문으로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라는 “동물의 인도적인 훈련이란 긍정 강화를 통해 잠시 기다리거나 앉게 하는 등 제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마에서 고양이는 빗속에서 살해당하는 장면 연출을 위해 털이 물에 적셔진 채로 낯선 사람의 손에 목덜미가 잡혀 공중에 발을 허우적거리는 상황에 내몰렸다”면서 “이러한 장면은 훈련을 통해 연출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상황 자체가 가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고양이는 몸이 물에 젖은 것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목덜미가 잡혀 크게 반항을 하지 못할 뿐, 영상에서 앞발을 내밀어 칼을 밀어내려는 행위 역시 자신을 방어하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것이 아니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했다.
제작진이 말한 전문가의 입회 여부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카라는 “촬영 현장에서 동물이 불가피하게 동원될 경우, 현장에 동행해야 하는 전문가는 수의사 및 동물훈련사다. ‘장미맨션’ 제작진은 현장에 어떠한 전문가가 참여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의 장면이 방영되고 난 뒤 길고양이 학대로 문제가 됐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글. 카라 제공
카라 최민경 정책행동팀 활동가는 “최근 길고양이 학대 고어전문방, 포항 폐양어장 사건 등 잔혹한 고양이 학대 사건이 난무하고 있다. 다른 연출로 내용을 충분히 전달 가능함에도 자극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생명 윤리를 저해하고, 모방 범죄를 부를 수 있다. 특히 최근 학대 범죄가 주로 미디어를 통해 학습, 실행되는 점에서 ‘장미맨션’의 연출은 미디어의 파급력을 무시한 책임감 없는 태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티빙과 ‘장미맨션’ 제작진에 메이킹 영상 공개를 요구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장면을 신고하고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앞서 카라는 2020년
‘동물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간했고, 지난 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말이 촬영 뒤 사망하자
정부도 올해 상반기까지 동물보호 미디어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