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을 피운 강아지들은 종종 고개를 숙이고 눈을 위로 치켜뜨는 행동을 보인다. 늑대 무리에서도 이런 비슷한 행동이 관찰되는데 무리에 받아들여지기 위한 ‘사과의 인사’로 해석된다. 온라인 갈무리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 검색창에 ‘댕기자의 애피레터’를 입력하세요!
Q 댕기자가 묻습니다
쌤, 댕댕이들도 사고를 치면 집사 눈치를 슬금슬금 보잖아요. 개들도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요. 사실 사고뭉치라면 또 냥이 녀석들을 빼놓을 수 없는뎁쇼. 고양이도 혼나는 걸 아는지 궁금합니닷!
A 권 수의사가 답합니다
강아지 마음은 댕기자가 제일 잘 아는 것 아니에요? 오늘은 제가 도리어 묻고 싶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안에 들어선 순간, 온 집안을 헤집어 놓고도 댕댕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우리를 반깁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입니까!
이런 상황을 보면 자연스레 부아가 치밀죠. 속상한 마음에 한 소리 할라치면, 눈치는 또 어찌나 그리 빠른지! 벌써부터 구석으로 이동해 꼬리를 내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불쌍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 이게 집사의 삶이지’. 혼잣말 하며 집을 정리하고 있으면 화도 조금씩 풀리는데요. 그러면 슬금슬금 다가와 애교를 부립니다. 그야말로 ‘밀당의 귀재’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이렇게 자기 잘못을 알고 눈치를 보는 듯한 행동을 할 때면 정말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과연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을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멍냥이가 진짜 반성을 하고 죄책감을 느끼는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미안함보다는 공포나 두려움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는 견해가 더 많은데요.
강아지가 반성을 할 때 보이는 대표적인 행동이 몇 가지 있거든요.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귀를 뒤로 젖히거나 몸을 웅크립니다. 또 눈을 일부러 피하거나 장난감을 우리 곁에 물어다 주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설득력 높은 설명 중 하나가 ‘사과의 인사’(Apology bow)이론인데요. 사과의 인사는 댕댕이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눈을 위로 치켜뜨면서 흰자를 많이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아마 반려인이라면 말만 들어도 금방 이 표정이 떠오르실 거예요!
개들은 왜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요. 뉴욕시립대 네이선 렌츠 박사는늑대의 무리에서 그 행동 단서를 찾았습니다. 늑대는 개와 마찬가지로 집단 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예요. 무리와의 조화로움을 무척 중시하죠.
댕댕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다가 종종 과격해져서 싸움이 일어나는 걸 보셨을 거예요.
늑대에서도 이런 행동 패턴이 발견되는데요. 성격이 활발한 늑대가 장난을 치다가 정도가 심해지면 다툼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나머지 무리가 ‘문제의 늑대’를 퇴짜 놓기 시작하는데요. 이때 문제를 일으킨 늑대가 다시 무리로 합류하기 위해 용서를 비는 행동을 보였는데요. 이것을 바로 ‘사과의 인사’라고 본 것입니다.
우리가 집중할 것은 죄책감이든 학습을 통한 반응이든 멍냥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특수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훈육할 때의 주의점을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애피레터에서 전체 보기 https://bit.ly/3sT9h1a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