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어린 개·고양이 상당수가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다는 동물단체의 조사가 나왔다. 카라, KK9, 코리안독스, 유엄빠 등 동물단체는 지난달 26일 충남 보령의 불법 번식장에서 478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카라 제공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어린 개·고양이의 상당수가 불법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 불법 생산·유통·판매의 온상이 되는 경매업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PNR) 등은 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유성동양경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매장 폐쇄 및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성동양경매장’과 ‘천안동양펫타운’ 2곳의 경매장에서 진행된 12회의 경매 전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경매 참가 번식장의 22%가 무허가 생산업소였으며 불법 번식장에서 출하된 동물의 비율도 15~19%에 달했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케이케이나인(KK9), 코리안독스, 유엄빠는 지난달 26일 유성동양경매장에 새끼 동물을 불법 출하하는 충남 보령의 무허가 번식장 2곳을 적발해 개 478마리를 구조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출하장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열악한 뜬장에서 동물들을 사육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장에서는 불법 매립된 사체 수십여 구가 발견됐다.
두 경매장은 번식업자와 펫숍 업주들을 중개하며 마리당 약 11%의 경매 수수료를 올리고 있었다. 두 경매장은 주 1~2회 경매를 열고 있었으며 하루 평균 400여 마리의 이상의 개·고양이가 거래됐다. 단 7회 경매로 최소 2000마리가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매장은 동물들이 더 많이 팔릴수록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허가 번식장의 동물도 편법으로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경매장이 동물판매업으로 등록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최소한의 동물복지도 준수되지 않은 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전 유성동양경매장은 무허가 번식장의 동물들을 유통하며 막대한 경매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한편, 열악한 강아지 공장의 종모견들은 이빨이 녹고, 온몸에 종양이 가득한 채 번식에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총 18개의 경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 9개, 충청·영남권에 각각 4개, 호남권 1개가 운영 중이다. 반려동물 경매장은 번식장과 펫숍을 잇는
반려동물 유통망의 허브라고 할 수 있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생후 2개월 이후의 개, 고양이들은 대부분 이러한 경매를 거쳐 펫숍으로 가게 된다.
특히 유성동양경매장과 천안동양펫타운 두 경매장의 대표인 ㅎ씨는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며 연간 3만6000마리의 동물을 유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ㅎ씨가 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는 전국 18개 경매장 중 7곳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반려동물 경매장은 번식장에서 태어난 생후 2개월 이상의 개, 고양이를 펫숍 업자들에게 중개한다. 2019년 애니멀피플의 기획 취재 당시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ㅎ대표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ㅎ씨는 지난달 중순 자신이 운영하는 경매장에서 불법 번식장의 동물들을 조직적으로 유통한 것이 드러나 재직 중이던 대학의 반려동물학과
교수에서 파면됐다.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조사결과, 그는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을 동물생산업이 등록된 업장에서 태어난 것처럼 ‘신분 세탁’을 하거나 개체관리카드에 월령을 모두 61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생후 60일 미만의 개와 고양이는 경매장에서 거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와 경찰은 ㅎ씨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PNR) 등은 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유성동양경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매장 폐쇄 및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카라 제공
단체들은 ㅎ씨와 반려동물협회가 펫 산업 전반에서 불법 번식장의 동물을 유통하며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단체인 반려동물협회의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김세진 과장은 “현재 전국 18개 경매장에 개체관리카드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도하고, 무허가 번식장 동물 거래 여부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이 ㅎ씨 개인의 일탈인지 협회 차원의 유통인지는 추가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러한 불법적 동물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강화된 개체 이력 관리 방안을 8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매장 앞 도로에서 진행돼 동물단체 회원들과 경매장 관계자들이 대치해 경찰 40여 명이 배치됐다. ㅎ씨는 기자회견을 지켜봤지만, 외부인의 경매장 출입을 금지하며 별도의 입장 표명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어린 개·고양이 상당수가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다는 동물단체의 조사가 나왔다. 카라, KK9, 코리안독스, 유엄빠 등 동물단체는 지난달 26일 충남 보령의 불법 번식장에서 478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카라 제공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