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개의 해가 밝았습니다. 애니멀피플과 한겨레21이 설 연휴에 읽을 만한 반려견 책 6권을 골랐습니다. 애니멀피플 기자들과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 우주대스타 고양이 히끄와 함께 사는 이신아씨가 필자로 나섰습니다. 하루에 두 권씩 소개합니다.
‘시바견 곤 이야기’를 읽으면 시바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지는 않다. 네 컷 만화로 구성된 책은 시바견 두 마리와 반려인 두 사람이 함께 사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시바견의 습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거나,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진지한 사유를 풀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소소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다보면, 함께 사는 동물의 마음을 읽으려는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삶의 방식·습성이 다른 존재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순간의 생동감에 찬탄하게 된다.
일본서 10년 인기 뒤 한국서 출간
한국판 ‘시바견 곤 이야기’는 일본에서 10년 넘게 인기리에 연재된 만화를 진액만 모아 1·2권에 정리한 책이다. 2006년 시바견 ‘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연재는 현재 곤이 나이 들고, ‘테쓰’가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된 뒤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판 단행본에는 1권에 9살 곤과 새로 들인 1살 동생 테쓰가 반려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두 마리 개와 이들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 가게야마 나오미, 그리고 그의 남편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야기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현실, 그 과정에서 반려인의 마음에 어떤 생각이 들어차는지를 먼저 경험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자신의 일상과 너무 닮아 자꾸 책 귀퉁이를 접게 된다.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사는 나는 ‘이것도 내 이야기 같네’ 하고 접은 페이지들로 책의 한쪽 귀퉁이가 뚱뚱해졌다.
네컷 만화 ‘시바견 곤’을 비롯하여 에스에엔스(SNS)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시바견은 일본에서 인기 견종으로 떠올랐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다. 빨아서 잘 마른 방석을 놓아두니 곤이 얼른 달려와 앉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잘 마른 빨래를 잘 쌓아뒀을 때는 곤이 빨래 앞에 와서 당장 헝클어뜨리지 못하고 잠시 망설인다.(1권 ‘다르다’) 작가는 천둥망아지 같은 곤이 생각하는 ’경계선’이 귀여워 슬며시 웃는다. 인간의 삶에 스며 제 딴에 생긴 반려동물의 분별력을 가만 지켜보면 기특하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든다.
이런 에피소드는 또 어떤가. 바깥에 빨래를 널어놓고 외출해 장바구니 두 개를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후드득 비가 내린다. 집으로 달려가 장바구니를 드느라 후들대는 두 팔로 급하게 빨래를 걷는데, 개 두 마리는 신이 나서 발밑에서 졸졸 따라다닌다.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머릿수만 많네, 빨래라도 좀 걷으면 안 되겠니?’(2권 ‘부탁’) 집에 중요한 택배가 온 날, 갑자기 손님이 온다고 하여 급하게 청소해야 할 때 등등 개·고양이의 앞뒷발이라도 빌리고 싶었던 반려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다.
개마다 서로 다른 성격 묘사
사람이 그렇듯 개마다 서로 다른 성격을 관찰해 묘사한 것도 흥미롭다. 곤이 카펫 아래에 장난감이 숨어 있는 걸 발견하고는 흙을 파듯 열심히 바닥을 긁다가 포기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을 떠나는 곤. 쿨하고 어려운 일은 쉽게 관두는 곤의 성격이 드러나는 한 장면이다. 테쓰는 과격하고 장난이 심하지만 의외로 세심한 면이 있다. 비 오는 날, 마당에 있던 테쓰는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지자 하나하나 닦으면서 걸어갔다. 장난꾸러기 같지만 작은 일에 신경 쓰는 테쓰의 모습은 함께 사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다.
곁에 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훈훈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1가구 1시바견’을 권장하는 이 책의 주장에 홀랑 넘어갈지도 모른다.
TIP:
시바견 곤 이야기 1·2, 가게야마 나오미 지음·김수현 옮김, 한겨레출판사 펴냄, 각 권 1만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