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키던 히끄가 무료한 듯 하품을 한다. 하루에 수십번 하는 하품도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포착하면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의 휴대폰에는 사람 사진보다 동물 사진이 많다.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사진이 여러 장 있는 것 같지만, 반려인의 눈에는 분명 각자 다른 사진들이다. 휴대폰 용량 때문에 삭제할 사진을 고를 때도 이 사진은 눈을 떠서 예쁘고, 저 사진은 눈을 감아서 예쁘다며 결국 몇장 못 지우고 그대로 외장 하드에 옮겨놓는 게 반려인의 모습이지 싶다. 나 역시 휴대폰 사진의 90% 이상이 고양이 ‘히끄’ 사진이다.
많은 사람이 히끄의 사진을 보고 표정이 다양한 것 같다며, 어떻게 순간포착을 해서 찍느냐고 자주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히끄가 특별히 예쁜 고양이여서가 아니라 히끄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서 포착할 기회가 많습니다. 다른 집사님들 역시 저와 같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면 고양이의 예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답한다.
내가 ‘나인투식스’(9 to 6) 출퇴근하는 사람이었다면 시간이 한정적이어서 다양한 표정의 히끄 사진을 찍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히끄와 함께 보낸다. 제주에 사는 나는, 내가 사는 집 일부를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일을 할 때 틈틈이 히끄가 무엇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있다. 단독주택에 살고, 마당을 산책하는 고양이라서 사진 배경이 다양한 것도 한몫한다.
고양이 사진은 개 사진과는 다르다. 개의 경우 ‘앉아’를 할 수 있고, 산책하면서 다양한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되지만 고양이는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잠자는 시간이 많다. 자는 시간 외에는 그루밍하느라 주둥이가 옹졸해 보이고, 잠깐 가만히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초점을 맞추는 사이 움직여버려서 심령사진 느낌이 난다. 히끄가 식빵을 구울 때(앞발을 집어넣고 웅크린 자세) 재빨리 찍고 사진을 확인해보면 흰자위가 많이 보여서 “너, 왜 눈을 그렇게 떠?”라고 묻고 싶어진다.
지난해 제주를 떠돌던 길고양이 히끄와의 만남과 일상을 담은 책 ‘히끄네 집’이 출간되고, 홍보 인터뷰가 많아서 평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거기다가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서 일주일을 침대에 몸져누웠다. 그 시기의 휴대전화 사진을 보면 히끄가 잠자는 모습뿐이다. 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느라 사진에 정성을 쏟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사랑하고 잘 아는 피사체를 찍을 때야말로 최고의 사진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찍을 때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 사람의 단점이 사진에 담기지 않도록 배려와 센스가 있어야 한다. 사랑받는 사람, 동물은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말은 과장된 말이 아니다. 나는 애정 어린 시선이 렌즈를 통해서 표출된다고 믿는다. 예쁜 사진의 비법은 반려동물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좋은 반려인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