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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길 위의 또 다른 히끄에게

등록 2018-07-02 06:00수정 2021-01-13 14:15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유기동물 보호 상태 열악한 제주
함께 잘 사는 방법 고민하다가
인세 1% 기부, 작지만 큰 행복
길고양이 시절의 히끄. 털에 때가 타 꼬질꼬질하다. 길 위의 또 다른 히끄들을 위해 기부가 필요하다.
길고양이 시절의 히끄. 털에 때가 타 꼬질꼬질하다. 길 위의 또 다른 히끄들을 위해 기부가 필요하다.

내가 지난해 10월에 출간한 <히끄네 집> 뒤표지에는 “이 책의 저자 인세 1%는 (사)제주동물친구들에 기부합니다”라고 작은 글씨로 적혀있다.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님과 책을 계약할 때, 인세의 일부를 길 위의 동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걸 지키려고 쓴 문구이다. 한국에 많은 동물보호단체가 있지만, 히끄를 만난 곳이 제주였으므로 이곳에 사는 동물들을 위해서 쓰이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곳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동물보호단체라서 더욱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인세와는 별개로, 이전에 기부할 일이 생겨서 찾다가 제주동물친구들(이하 제동친)을 알게 됐다. 제동친은 제주에서 활동 중인 동물보호단체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없이 사람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서 활동가 대부분 본업이 있는 상태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는 유기동물 안락사 비율 전국 1위인 지역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제주 지역 동물보호단체 사정이 열악하기도 할 테고,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이 제때 보호받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른다.

올해 2월, 첫 인세를 정산받아서 170만원을 제동친에 기부했다. 책 판매라는 게 출간을 시작으로 수직 상승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수평적이기 때문에 두 번째 정산은 첫 번째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 정산을 받게 되면 내 사비를 더해 100만 원을 채워서 의미 있게 쓰리라 마음먹었고, 제동친과 승일희망재단에 나눠서 기부했다. 그렇게 총 270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이면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었고,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건조기를 사고도 남는 돈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기부’라고 하면 부자이거나 착한 마음이 있어야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특정한 사람만 하는 건 줄 알지만, 그건 아니다. 나 또한 이런 기부가 가능한 것은 내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착해서는 더욱 아니다. 히끄가 길고양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닿았을 뿐이다. 히끄는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길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런 손길이 닿지 않아 힘든 동물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 길 위에 있는 또 다른 히끄를 위한 기부였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서점에 달려가서 구입한 분들, 일부러 여러 권 사서 주변에 홍보해준 분들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더 많은 동물을 위해서 쓰이게 됐다. “이 책을 통해 혼자만 잘사는 세상이 아닌, 불이익을 당해도 나만 아니면 되는 세상이 아닌, 함께 행복할 방법을 만들어가고 싶다. 동물 구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에 비하면 한없이 부끄럽지만, 고양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서문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 같아서 뜻깊은 지출이었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집’ 저자

책 ‘히끄네집’ 뒤 표지 맨 아래 인세 1%를 ‘제주동물친구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책 ‘히끄네집’ 뒤 표지 맨 아래 인세 1%를 ‘제주동물친구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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