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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창밖의 치즈태비가 부럽다냥?

등록 2018-07-16 08:44수정 2021-01-13 14:14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유기동물 급증하는 휴가철 “사람들이 부끄럽고 미안해”
히끄의 안전을 위해 집의 창틀과 방충망을 고정해 열리지 않도록 해뒀다. 밖에서는 치즈태비(노랑 줄무늬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는데
히끄의 안전을 위해 집의 창틀과 방충망을 고정해 열리지 않도록 해뒀다. 밖에서는 치즈태비(노랑 줄무늬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는데

“해피 뉴 이어!”라고 성산일출봉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외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18년 하반기가 시작됐다. 올해는 격주로 히끄 얘기로 원고를 마감하는 날이 있어서 유독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직장인이 아니어서 자유롭긴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제주 동쪽 오조리 안에서 반복된 일상을 지내고, 시간 개념이 없어서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오조리에 산 지 5년이 넘어가지만, 아직은 이 생활이 지루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랑스러운 히끄가 나와 함께 보내는 제주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더욱 행복할 뿐이다. 오늘은 일몰이 너무 예뻐서 마당에서 히끄와 함께 불난 듯 짙은 빛이 번진 하늘을 바라봤다.

7월과 함께 휴가철도 다가온다. 국내 최대 관광지 제주도에서 민박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히끄와 나는 아주 다른 의미로 휴가를 준비 중이다. 바빠진 일상 가운데 가끔, 내가 사람이라서 히끄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휴가철은 유기동물 신고가 급증하는 시기다. 여름휴가와 방학뿐만 아니라 명절 연휴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유기동물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휴가철보다 한달 일찍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가 원룸 주변에는 특히 고양이가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도돌이표처럼, 하루에 수많은 고양이가 사람에 의해 고양이 공장에서 태어나고, 길에 버려지고, 죽는다.

히끄가 잘 열리던 현관문이 갑자기 열리지 않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히끄가 잘 열리던 현관문이 갑자기 열리지 않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휴가를 가면서 집으로 찾아오지 못하도록 거리가 먼 곳에 반려동물을 고의로 유기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함께 여행하다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사고도 잦다. 차에 태울 때는 반려동물용 안전띠를 채우거나 케이지에 넣어 이동하고, 낯설어서 돌발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인식표가 달린 목줄을 해야 한다. 또한, 여름철 무더위에 창문이나 현관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집 밖을 나갈 수 있는데 안전문과 방묘창을 설치하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우리 집은 창문과 방충망 모두 실리콘으로 고정해놔서 내·외부에서 열리지 않는다. 히끄는 발톱을 사용해서 문틈으로 현관문을 열 수 있었는데, 틈막이 테이프로 막아놔서 열지 못하게 됐다. 잘 열리던 문이 열리지 않자 당황하더니, 이제는 문을 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반려동물등록’이 기본으로 수반돼야 한다. 매우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부작용 때문에 마이크로칩 이식을 꺼리는 반려인이 있는데, 부작용에 걸릴 확률과 잃어버릴 확률 중에 뭐가 높을까? 당연히 후자가 훨씬 높다. 생후 3개월 이상인 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데도 동물등록 수는 겨우 100만을 넘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 준비를 하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출생 준비를 한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한다. 반려동물은 집에 들이면서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까?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에 맞는 생명에 대한 성숙한 책임의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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