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손님 방에 누워 있어.” 최근 손님 방에 들어가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히끄 때문에 곤란할 때가 많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어떤 논쟁에 대해서 자기 의견을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문제에 공감하지 못해 할 말이 없는 것이고,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이럴 줄 알았어”라고 염장 지를 확률이 높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말하지, 아무 것도 안 해놓고. 그냥 조용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런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끝까지 묵인하는 게 인간관계에 좋다. 나는 이런 이유로 의견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좋은 말로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나쁜 말로는 고집이 세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히끄도 나처럼 자기 주장이 확실한 고양이다.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인데, 아침밥 달라고 깨울 때와 산책하러 나가자고 할 때다. 나는 알람시계 기능이 있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오전 8시가 가까워지면 잠자는 얼굴 위로 ‘골골송’ 알람음이 울린다. 잠에 취해 모르는 척 누워있으면 결국에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나를 밟고 다니거나 박치기해서 결국 일어나게 만든다. 낮에 놀다가 심심하면 현관문 앞에 서서 마당에 나가자고 야옹거린다. 또 얼마나 깔끔한지 화장실에 다녀온 후 곧바로 치우지 않으면 치워줄 때까지 들락날락하면서 요란스럽게 모래를 덮고 발을 턴다. 고양이는 참지 않는다.
이렇게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해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데, 최근에는 ‘옆방에 놀러 가겠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가끔 부모님이 오시거나 친구가 오면 옆방을 게스트룸으로 내준다. 휴가철이 되면, 손님 방문이 잦아진다. 히끄는 어린 아이를 제외하고 낯가림이 없는 ‘개냥이’라서 처음 본 사람이 와도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이렇게 성격이 서글서글한 덕분인지 심심하거나 관심 받고 싶으면 옆방에 놀러 가겠다고 한다. 그게 낮이면 괜찮은데, 너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그러면 곤란하다. “히끄, 안돼! 지금은 손님이 주무시잖아”라고 말해도 알아들을 리가 없다. 더욱 방문 앞에서 문을 열라고 조른다.
시끄러울 때가 있지만, 감정 표현을 잘 하는 고양이라서 좋다. 외출하고 마당에 들어오는 순간, 나를 반기는 히끄 목소리가 들려서 현관문을 여는 내 손이 바빠진다. 방문을 열자마자 뛰쳐나와서 심심했다고 재잘재잘한다. 표현을 자제할 줄도 안다. 길고양이들이 밥 먹으러 오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밥 먹는 걸 조용히 지켜본다.
소통을 꼭 언어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 순간도 많다. 히끄가 사람 말을 못 하고, 내가 고양이 말을 못 알아듣지만, ‘야옹’의 높낮이, 얼굴 찌푸림, 꼬리의 움직임, 눈 깜빡임을 보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위로받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우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집> 저자
히끄는 할 얘기 있으면 입을 크게 벌리고 자기 의견을 확실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