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니 집이 최고더라. 밥 먹으러 온 치즈치즈가 우리를 반겼다.
이주를 한 사람으로서 제주 생활에 대해 말한 짧은 인터뷰가 지상파 방송에 나왔다. 긴장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하지는 못했지만, 도시에 살았다면 이 정도로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제주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 회차에 본사 이전으로 제주로 이주한 게임회사 직원이 나오는데, 그는 대부분 만족스럽지만 문화생활이나 병원은 육지에 비해 열악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공감이 갔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나는 동물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아서 불편함을 느낀다. 훌륭한 수의사 선생님과 좋은 동물병원이 많지만, 제주시나 서귀포시 시내에 몰려있어서 병원을 가려면 자동차로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현실에 충족감을 느끼지 못해서 서울 생활이 필요했다. 열흘 동안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고 히끄와 함께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제주도는 여름 폭염이 언제 있었냐는 듯 불쑥 가을이 와 있었다. 떠나기 전에 담벼락에 파릇파릇했던 담쟁이는 낙엽이 되어 마당을 굴러다녔고,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 빈집 특유의 낯선 냄새가 났다. 예상치 못한 비행기 지연으로 1시간 늦게 도착했는데, 집에 오니 긴장이 풀리고 안도감이 들었다.
동물 치과 병원 선생님이 히끄의 치아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이동장에서 답답했을 히끄를 꺼내줬다. 히끄는 집안 곳곳 냄새를 맡고 나서 마당에 찾아온 길고양이 ‘치즈치즈’와 서로 인사를 했다. 육지로 떠나기 전, 친구에게 길고양이 사료를 부탁했는데
덕분에 모두 평온해 보였다.
휴가의 목적이 동물치과병원 방문이어서 휴가인 듯 휴가 아닌 휴가 같은 나날이었다. 서울에서 하고 싶은 일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는데,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히끄는 다른 고양이에 비해 낯선 장소에 적응을 잘하는 편이지만 발치 수술과 추가적인 검진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간병인 겸 집사 역할을 했다.
발치한 자리의 잇몸을 녹는 실로 꿰맨 탓에 히끄는 습식 사료와 항생제를 먹어야 했다. 나는 히끄가 화장실에는 잘 가는지, 컨디션은 괜찮은지 확인했다. 다행히 식욕은 있었지만 입안이 불편한지 많이 먹지 않았다. 몸무게 숫자가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은 짐승 같은 회복력을 바탕으로 건사료를 고봉밥처럼 먹는다.
이번 치료를 계기로 전문성을 가진 동물병원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3년 전, 똑같은 발치 수술을 제주도 동물병원에서 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입원부터 퇴원까지 9시간 이상 걸렸고, 집에 와서도 통증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런데 이번 수술은 2시간밖에 안 걸렸고, 방금 수술했던 고양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이렇게 회복이 빠를 줄 몰랐어요”라고 원장님에게 말하니, 주로 치과 진료만 하는 동물병원이라 그에 맞는 마취 방법과 검사, 수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사람도 아픈 부위에 따라서 전문의를 찾아가듯, 반려동물이 선천성 질병이나 오랜 지병을 앓는다면 그에 맞는 전문 진료 동물병원에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